▲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문제는 단순 고용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불평등 문제는 소득 영역에서의 빈부격차를 넘어 자산·주거·교육·문화·건강 등 다층적 영역에서 단단하게 맞물려 회복 불가능한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나아가 불평등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돼 세습자본주의 징후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현상과 원인을 두고 ‘다중격차’라는 개념이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는 수십 년 전의 낡은 사고방식으로 청년문제를 정의하고 대책을 쥐어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청년을 정의하는 유일한 법률은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인데, 이에 따르면 청년은 ‘취업을 원하는 자’로 정의되고 중앙정부가 펼치는 모든 청년정책은 ‘취업자수(일자리 숫자)’를 목표로 추진·점검된다. 청년문제로 집약되는 한국 사회의 다중격차를 해소할 구조인식이 부재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청년대책의 대표 브랜드로 제기하는 한편, 종합적 청년정책의 유일한 소통창구라 할 수 있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를 폐지함으로써 이와 같은 경향성을 크게 강화했다. 대단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몇 가지 측면에서 일자리 창출 일변도의 청년대책을 비판하고자 한다.

우선 청년실업만을 콕 집어 해결하기 위한 독립적인 해법은 애초 존재할 수 없다. 청년실업은 경제위기와 산업구조 재편, 노동시장 특성, 인구구조와 가족공동체 변화, 일자리를 대하는 청년세대 가치관 변화 등 수많은 요인들이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자리 창출 목표는 정책 효과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정부의 예산 집행을 통한 고용창출 효과가 직접적으로 측정되는 영역은 공공부문에 한정돼 있다. 민간 영역의 경우 고용창출은 경제환경과 매출 기회, 단위 기업의 상황과 특성 등 다양한 요인에 따르는 결과이기 때문에 창출된 것으로 보고된 고용이 정책의 효과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양적 목표에 매몰되면 실질적인 정책의 지원대상이 돼야 할 ‘청년’은 사라지고 ‘기업지원’만 강조된다.

노동시장의 상황조건과 청년층의 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고용창출 대책은 부작용을 낳는다. 교육기관에 대한 평가마저도 취업률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일선 현장에서는 ‘무리한 취업 밀어 넣기’가 만연해 있으며,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나타나는 사건·사고 또한 이러한 부작용과 무관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다중격차라는 개념으로 제기된 바와 같이 청년의 사회적 삶은 다면적이기 때문에 ‘취업을 원하는 자’의 속성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수행하는 모든 정책이 ‘취업률(개수)’을 중심에 두고 시행·점검되기 때문에 가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과 방식이 크게 제한된다. 이로 인해 청년문제 진단과 해결에 관한 다양한 요구와 상상력이 공론의 장에서 소외된다.

한국 정부가 청년대책 모델로 주되게 참조하는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국가들은 청년실업 대책을 다룸에 있어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실업상태에 빠진 청년에 대한 ‘소득 보장’과 ‘사회 안착 지원’을 주요한 과제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청년대책은 이와 같은 요소들을 크게 간과하고 있다. 외국 모델을 수입하고자 한다면 특정한 요소만을 취사선택할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원리와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의 노동정책은 청년들이 일하는 현장 특성과 노동시장 변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청년정책은 청년의 인적특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종합적인 사회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지금은 2017년이다. 제발 숫자의 함정에서 벗어나자.

청년유니온 위원장 (cartney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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