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민 변호사(법률사무소 함께)

대상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5가합71412 근로자지위확인 등

1. 사건의 개요

가.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은 2차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세이브존이라는 대형마트에서 계산원으로 근무한 자들로서 원청회사인 세이브존 등을 상대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의무와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나. 원고들은 이 사건 용역계약은 파견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청회사인 피고들을 상대로 파견법에 따라 원고들을 직접고용할 의무와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다. 이에 대해 원청 회사는 본안전항변으로 원고들이 이미 자발적으로 용역업체에서 퇴사했기 때문에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고, 본안에 관한 항변으로는 이 사건 계약은 근로자파견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에 해당하므로 직접 고용의무가 발생하지 않고, 손해배상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원고들이 피고들과의 근로관계 또는 고용관계까지 포기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해 원고들이 2차 용역업체를 자진해 퇴사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들의 직접고용에 관한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밝혔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용역계약이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대상판결은 ① 1차 용역업체가 차지하는 역할이나 기능이 미미한 점 ② 2차 용역업체가 독자적인 이윤을 창출할 여지가 사실상 봉쇄돼 있고, 고유의 기술이나 자본 등을 별도로 투입한 바가 없는 점 ③ 피고 매장의 특성상 표준화된 서비스와 통일적인 마케팅 전략이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2차 용역업체가 실시한 교육도 이에 관련된 것이었고, 2차 용역업체가 작성한 사전근무편성표를 피고들이 수정 요구를 한 사실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의 내용은 피고들의 표준화된 매장 영업규칙 등에 의해 1차적으로 결정된 점 ④ 갑작스런 사정변경시에는 피고들의 필요에 따라 계산원들의 업무 내용이 변경된 점 ⑤ 계산원 업무에 인원이 부족할 경우 피고들 소속 근로자들이 원고들과 함께 투입됐고, 계산원들은 피고들이 지정하는 색깔의 티셔츠를 구매해 착용한 후 업무를 수행한 점 ⑥ 계산원 업무는 단순 반복적인 것으로 상시적으로 근로가 제공됐고, 업무시간에 목에 걸고 있던 출입증에는 피고 매장의 상호명과 소속팀이 기재되는 등 외형적으로 피고들 소속 근로자와 엄격하게 구별되지 않은 점 ⑦ 도급액 역시 일반 도급계약과 달리 일정한 임률과 근로시간 또는 근로자수에 기초해 정해진 임률도급방식이었던 점 ⑧ 피고 매장의 필요에 따라 총 인원, 연장 및 야간근로 여부, 출퇴근 시간이 결정돼 원고들에 대한 작업배치권과 변경 결정권이 피고들에게 있었던 점 ⑨ 2차 용역업체가 사실상 원고들의 근태를 직접 관리하지 않았고, 피고들이 사전근무편성표를 통해 원고들의 휴가사용 등도 관리해 온 점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들은 2차 용역업체에 고용된 후 1차 용역업체를 통해 피고들 매장에 파견돼 피고들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들을 위한 근로에 종사하나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봤다.

(2) 피고들의 직접고용의무 발생에 관한 판단

파견법 법리와 개정된 파견법의 규정 내용에 따라 ① 개정된 파견법 시행일(2012년 8월2일) 이전에 이미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를 제공한 파견근로자에 대해서는 2년이 경과한 날에, ② 개정된 파견법 시행일 이후 허가를 받지 않거나 근로자파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와 관련된 파견사업주한테서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에는 개정된 파견법 시행일인 2012년 8월2일 이전부터 파견근로를 제공한 파견근로자에 대해서는 그 시행일인 2012년 8월2일에, 시행일 이후 파견근로를 제공한 파견근로자에 대해서는 ‘파견근로를 제공한 날’에 각각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 피고들은 원고들의 입사일에 따른 각각 일자에 각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3)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들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게 된 날부터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써 피고들이 고용의무를 이행했더라면 원고들이 받았을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다만 원고들이 고용의무 발생일 이후에 다른 직장에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얻은 이익은 공제돼야 한다고 본 후 원고들 1인당 2천500만~3천9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와 지연이자를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3. 대상판결의 의미

가. 간접고용이 만연한 유통업체에서 원청의 불법파견 책임을 인정한 선례

최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300인 이상 주요 유통업체 간접고용 노동자가 3만5천630명에 이르고, 전체 유통노동자들 중 간접고용 비율은 약 30%에 달한다. 대상판결은 백화점·대형마트·아울렛 등과 같은 대형유통업체에서 만연하고 있는 간접고용 방식에 대한 불법파견 여부 및 원청회사의 법적인 책임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선례라 할 것이다.

나. 대형유통업체들이 ‘표준화된 서비스와 통일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한 판결

대형유통업체들은 전국적인 지점망을 운용하면서 ‘표준화된 서비스와 통일적인 마케팅 전략’을 적용한 영업규칙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외형적으로 용역업체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이나 업무지시를 하는 듯한 외관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그 실질에 있어서는 표준화된 업무규칙 등을 통해 업무의 내용을 원청인 피고들이 지시하고 결정하는 점을 제대로 살핀 판결이라 할 것이다.

다. 2차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라고 해서 불법파견 부정되는 것 아님

대상판결 사안에서 계산원인 원고들은 2차 용역업체 소속이었고, 2차 용역업체는 1차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이 용역계약은 2차 용역업체와 피고들 사이에 직접 체결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1차 용역업체의 역할이나 기능이 미미했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타당하고, 이론적으로는 피고들과 2차 용역업체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자파견계약이 성립됐거나, 2차 용역업체가 1차 용역업체의 피고들에 대한 근로자파견 채무를 인수해 이행한 것으로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라. 비교대상이 존재하지 않아 정규직 호봉표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액 산정 인정

직접고용의무 위반에 따라 파견노동자가 입은 손해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했더라면 파견노동자가 받았을 임금과 파견노동자가 파견사업주한테서 받은 임금과의 차액 상당’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비교대상이라 할 수 있는 정규직 계산원이 존재하지 않아 피고들 정규직 직원의 호봉표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고, 이에 대해 대상판결에서는 전액 인정을 한 사안이다.

4. 맺음말

2007년 소위 비정규직 보호법이 제정될 당시 대형유통업체에서는 계약직 노동자들을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보다는 매장인력 상당부분을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면서 노동법적 규제로부터 책임을 회피해 왔고, 이에 따라 유통업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최저임금에서 헤어 나오기 힘든 현실이었다. 이번 대상판결이 유통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일조하고, 상급심에서도 동일한 법적 판단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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