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화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지난달 1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40여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한 노동자의 사망에 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네팔 노동자 께서브 쓰레스터. 충북 충주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같은달 7일 기숙사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오랜 야간근무와 12시간 맞교대 근무 등으로 수면장애를 얻었고 건강마저 나빠졌는데, 사업주에게 사업장 이동 또는 치료를 위해 고향에 다녀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고 한다.

2017년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의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만큼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자살’이라는 선택 자체에는 선뜻 공감을 표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으로 몰아세우는 이주노동자 노동환경은 현재의 일이라고 하면 “예?”라고 되물어야 할 만큼 사실상 ‘노예’에 가깝다.

국내 노동자의 일자리 보호와 중소·영세 사업주의 원활한 인력수급이라는 미명하에 13년 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이 제정됐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이주노동자가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허가를 받은 사업주만 고용할 수 있다.

② 원칙적으로 이주노동자는 3년밖에 국내에 머물 수 없고, 3회까지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2년 범위에서 연장이 가능하나, 사업주 의사가 중요하다.

③ 변경가능 사유도 매우 한정적이다. 사용자 정당한 사유로 해지하는 경우, 사업이 도산하는 정도의 상황, 일정 수준 이상, 일정 기간 임금 체불이 이주노동자가 (별다른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내한 경우로서 사실상 사업주 동의가 있을 때에만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

직장을 옮기는 것조차 사용자 눈치를 봐야 하고, 사용자에게 지나치게 종속된 고용허가제의 모순이 사용자의 법 위반과 이주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부추기고 사업장 이탈 등 불법체류의 길로 내몰고 있다.

8월20일 서울 보신각 앞. 아주 오랜만에 전국에서 올라온 이주노동자 300여명이 모였다. 각자의 현실에서 요구하는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우리도 당신들처럼 자유롭고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였다. 고용허가제가 아닌 노동허가에 대한 요구였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13년이 넘었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쓰러지는 이주노동자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내 산업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우리 이웃’의 정신과 건강을 ‘갈아 치우며’ 유지되는 것이라면, 과연 문명국가의 정부와 시민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회사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른 공장에 가고 싶어도 안 되고, 네팔 가서 치료를 받고 싶어도 안 됐습니다. 제 계좌에 320만원이 있습니다. 이 돈은 제 아내와 여동생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유서 마지막 글귀다.

한국에 들어와 번 전 재산 320만원을 가족에게 보내고 싶었던 스물일곱 살 네팔 청년! 그는 내 동생보다 어리다. 여러분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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