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실질적으로는 회사 지시를 받아 일하지만 법적으로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의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노동자들은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단초라고 입을 모았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비스 영역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증언대회’를 열었다. 강병원 의원은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방한 중이어서 이번 증언대회 의미가 더 크다”며 “ILO는 그간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 인정과도 관련 있는 핵심협약인 87호와 98호를 비준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비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리운전기사 고용·산재보험 적용률 5%=이날 증언대회에서는 대리운전기사·택배노동자·학습지교사·방과후강사·장례지도사 등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박구용 전국대리운전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대리운전기사들의 절반 이상은 대리운전을 생계형 일자리로 여기지만 월 평균 수입은 150여만원에 그친다”며 “그럼에도 특수고용 노동자인 대리기사는 노조를 만들어 교섭을 하거나 단체행동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구용 수석부위원장은 “취객에게 폭언·폭행을 당하는 일은 말할 수도 없이 자주 발생하고, 밤에 일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기사들은 산재보험 보장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대리운전 기사들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적용률은 5% 내외에 그친다. 국민연금 가입률은 34.3%에 그쳤다.

◇"대리점이 일방적 수수료 올려도 대응 못해"=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대리점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계약해지 두려움 때문에 대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택배노동자는 4대 보험 중 산재보험만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지만 대리점이 산재보험료의 절반을 내는 것이 부담된다며 가입을 막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택배기사는 전체의 10%를 밑돈다. 김태완 위원장은 “일을 시작할 때 계약이 안 될까 봐 회사에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지도 못한다”며 “택배노동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유일한 장치는 노조 설립”이라고 말했다.

노조를 설립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불만도 크다. 학습지교사·방과후강사·장례지도사들은 “노조설립신고증를 받았지만 실제적으로 노조활동을 하는 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창훈 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은 “노조 재능교육지부의 경우 1999년 12월 노조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지만 2014년 서울고등법원은 재능교육교사가 근로기준법상·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니라서 재능교육의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정부 행정해석으로 권리보장 가능”=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지금 당장 특수고용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행정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 판결 혹은 국회의 법률 개정으로 특수고용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신인수 변호사는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안은 이미 충분히 마련돼 있지만 그동안의 경과를 봤을 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정부가 원래 노조법 취지에 맞게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적극적인 행정지도와 감독을 통해 사용자가 이를 준수하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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