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세계 주요 도시들은 이미 취약 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를 비롯해 뉴욕과 런던·상파울루의 사례가 그렇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의 노동자 보호정책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서울시 양극화 해소 노동정책은 새로운 도전"

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열린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 두 번째 세션은 ‘도시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다니엘 코스트젤 국제노동기구(ILO) 아태지역사무소 지역임금 선임전문가는 “도시 차원에서 광범위한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며 "공공개입이나 사회적 보호로 소득 불평등을 축소하고 보편적 사회정책을 도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 불평등이 가속·심화했지만 중앙정부의 해결의지가 미약했다”며 “그런 가운데 서울시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동정책은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2011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노동·일자리 정책이 시행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생경한 풍경이었다. 2015년 4월29일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지난해 9월에는 노동혁신대책을 수립했다. ‘노동존중특별시 서울’을 정책비전으로 삼고 근로자 권익보호와 모범적 사용자 역할을 정립했다. 서울시 노동정책의 성과로 미조직된 비정규직 조합원은 6천752명이 늘었다. 과거에 해고됐던 노동자 34명이 복직됐고 16개 기관에서 노동이사제를 시행하고 있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한국은 미국·유럽과 달리 지방정부 차원의 노동법과 노동기준이 없다”며 “전국 244개 지방자치단체 중 6곳이 서울시의 노동정책을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극화와 저임금 해소, 낮은 노조 조직률 해소를 위한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며 "도시 노동정책은 보편적 인권과 노동자 권리 보장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법 제대로 집행해야 삶의 질 높아져"

뉴욕은 최근 몇년 사이 유급병가법과 프리랜서 보호법을 시행하고 유급간병사업부를 신설해 취약계층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했다. 로렐라이 살라스 뉴욕시 소비자보호국장은 “2014년 4월부터 시행된 유급병가법으로 1년에 최소 40시간의 병가를 허가해야 한다”며 “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본인이 아프거나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 휴가를 쓰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4월부터 발효된 프리랜서 보호법은 프리랜서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올해 2월 가사·간병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급간병 사업부를 신설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저임금 직군으로 일하는 가사·간병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는 “좋은 법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집행될 때 비로소 실제 노동자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조사관과 감독관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 생활임금재단은 2011년 설립됐다. 생활임금은 고용주가 자발적으로 높은 급여를 주도록 유도하고 이를 시에서 인증한다. 현재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가리지 않고 3천500곳이 넘는 기업이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생활임금은 재단이 매년 발표한다. 육아·주거·임대·공공요금·여행비·휴가비·통신비 등 영국에서 양질의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생활비를 토대로 계산한 것이다. 에이미 흄 영국 생활임금재단 매니저는 “생활임금 지급 이후 이직률이 낮아졌고 서비스 질도 개선돼 기업 수익이 늘어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엘 야콥슨 브라질 노동자당 페르세 아브라모재단 노동 및 지방자치외교 자문관은 상파울루시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2013~2016년까지 집권한 상파울루시 행정부는 ILO와 MOU를 체결했다.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 보장을 담았다. 시 행정부는 MOU에 따라 △46개 노동지원센터 운영 △이주민을 위한 일자리 중개 △저소득 실업자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 △청년 노동자를 위한 노동장려금 프로그램 운영 △노동 관측소 설립 △일자리 창출 정책 채택 등을 실현했다.

그는 “도시는 노동권 개선을 위한 중요한 도구”라며 “도시들은 노동정책을 만들고 노동관계 규제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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