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일하는 회사 따로, 월급받는 회사 따로 도대체 사장이 몇 명이야? 어떤 놈은 책임 없다 어떤 놈은 권한 없다. 우리 노동으로 배 불린 놈이 누구야?”

서울시내 대로변에서 200여명의 남자들이 노래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선두에 선 한 여성이 선보이는 몸짓을 따라 손을 오른쪽 왼쪽 위 아래로 흔든다. 티브로드 원·하청 노동자들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흥국생명빌딩 앞에 모였다.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와 케이블방송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이날 하루 파업을 했다. 티브로드 원·하청 노동자가 함께 파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하청 노동자들은 △티브로드 직접고용 △고용보장 △생활임금 보장 △지표·영업압박과 중복할당 중단 △성과연동형 임금안 철회를 요구했다.

양 노조는 올해 4월부터 각각 티브로드, 협력사협의회와 임금교섭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파업은 일반(기술직) 노동자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저희 같은 관리직이 한다기에, 사실 율동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색하네요.” 경기도에서 티브로드 정규직으로 일하는 손아무개(52)씨가 웃으며 말했다. 티브로드 정규직노조는 이날 처음 파업했다. 손씨는 올해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회사에서 희망퇴직 권유를 다섯 차례나 받았다. 손씨는 “애들이 둘 다 대학생인데 지금 나가면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라며 “특히 우리 같은 사무직은 기술도 없어 이 나이에 나가면 어디 갈 데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회사를 꾸려 왔는데 이제 와서 직원들을 헌신짝 버리듯 하면 도의적으로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우리가 하청노동자인지도 모르고) 대기업에 다니는 줄 착각하거나, 기술직이니까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실제 받는 임금을 이야기하면 다들 ‘그것밖에 못 버냐’고 이야기해요.”

서울지역 티브로드 협력업체에서 케이블방송 설치·철거·AS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이아무개(35)씨는 “협력업체 기사들은 임금이 너무 적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월 250만원만 받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솔직히 지금 200만원도 못 받는다”며 “아직 혼자 살아서 덜 힘들지만, 가족이 있고 자녀까지 있는 분들은 삶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씨는 “우리가 홍길동도 아닌데 한 시간에 3~4개씩 업무를 주는 경우도 많다”며 “인원이 줄고 있는데도 회사는 고객이 줄고 있다는 핑계로 기사를 뽑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플랩시몹을 한 뒤, 서울 중구 KCT빌딩 앞에 집결해 티브로드 본사 앞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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