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
최근 양대 노총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면서 1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등 ILO 핵심협약 비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LO 핵심협약과 관련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본권 침해 사례는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다. 두 노조에 대한 정부의 법외노조화나 설립신고 반려조치는 ILO 핵심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정부와 행정관청이 노조설립과 조합원 범위에 직접 관여한 사례다. 두 노조 사례가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사례는 국내 노동관계법이 ILO 핵심협약과 충돌하는 사례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한계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비정규 노동자들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국제노동기구 권고의 이행상황 점검과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국회 계류된 노조법 개정안, 조속히 처리해야”

토론회에서는 ILO 권고와 핵심협약 등 국제노동기준에 맞게 비정규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ILO는 “고용관계의 존재 여부를 기준으로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의 범위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노조법이나 법원 판례는 부당노동행위 당사자인 사용자 범위를 직접 고용관계에 있는 당사자로 한정하고 있다. 특수고용직과 사내하청·파견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기도, 교섭하기도 어려운 이유다.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는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나 기준적용위원회의 권고도 여러 차례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건설노조와 원청과의 단협체결 보장(2006·2007·2009·2012년) △사내하청 노동자 기본권 보장(2007·2008·2015년)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2011·2012년)을 요구한 결사의 자유위원회 권고다.

ILO 권고가 잇따르자 인권위는 2007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했다. 대법원도 2010년 사내하청노조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원청의 실질적인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판례는 원청이나 특수고용직과 계약한 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조법 개정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현재 국회에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 만큼 국회와 정부는 국제노동기준과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현실에 부합하는 입법이 조속히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사법부도 국제노동기준 준수 의무의 부담주체가 된다는 점을 재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LO 협약 중심으로 비정규직 문제 논의하자”

4차 산업혁명 같은 경제환경 변화로 고용형태가 다양화하거나 복잡해지더라도 ILO가 제시한 기준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다소 진부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국제노동기준과의 비교로 국내 문제점을 파악하고, 기본적 인권에 관한 ILO 의견을 반영하면서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느리지만 올바른 길이라는 점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앞으로 비정규직 해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ILO 협약을 중심으로 한 국제노동기준과 (한국 현실을) 면밀하게 검토·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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