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티브로드 협력업체 케이블방송 설치·수리기사들이 인원부족과 지표·영업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는 29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티브로드 협력업체가 중간착취하는 구조 탓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티브로드가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했다.

◇매년 직원 줄어도 신규채용 없어=지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까지 티브로드 한 개 협력업체당 평균 5명 정도의 설치·수리기사들이 퇴사했지만 신규채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강북지역 한 협력업체의 경우 2015년 24명이던 노동자가 올해 19명으로 줄었다. 새로 직원을 채용하지 않으면서 남아 있는 기사들의 업무량이 늘었다.

서유태 지부 광진성동지회장은 “지부가 몇 번이나 채용하라고 이야기를 해도 임금이 모자란다며 사람을 안 구하고 있다”며 “한 구역만 담당했던 기사가 두세 구역까지 담당하게 돼 업무강도가 높아졌다”고 하소연했다. 지부는 “직원 한 명이 퇴사하면 그 인건비는 협력업체 이익으로 남게 된다”며 “협력업체들은 티브로드와 2년 단위로 재계약하는데,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노동자 쥐어짜기’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시간에 4건씩 업무 할당하기도=기사들은 중복할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사는 AS·철거기사의 경우 30분당 1건, 설치기사의 경우 1시간당 1건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협력업체들이 그 이상의 업무량을 기사들에게 부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5일 광진구에서 일하는 한 협력업체 기사는 오후 3시에 AS·철거·설치 업무 4건을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한 시간 안에 4건을 처리하라는 뜻이다.

지부는 “티브로드와 협력업체는 고객이 희망하는 시간에 무조건 업무를 할당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현장 기사들은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해 고객과 마찰을 빚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노조 관계자는 “적정업무를 고려하지 않는 시스템은 하도급 구조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영업·지표 상대평가에 협력업체 조작도=협력업체 기사들은 영업실적, 고객만족(CS) 지표도 신경 써야 한다. 협력업체 재계약 여부는 티브로드가 제시한 영업과 CS지표를 얼마나 이행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티브로드→협력업체→하청노동자로 책임이 전가되면서 협력업체가 기사들에게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

영업·지표 평가가 상대평가로 이뤄지다 보니 협력업체 간 경쟁도 심각하다. 전산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지표관리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하지도 않은 업무를 했다고 표시하는 식이다. 지부는 “매일 아침 5~10분씩 실적을 채우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직원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된다”며 “CS지표 항목도 현장 작업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김승호 지부 안양중앙지회장은 “모든 센터가 인원부족, 노동강도 강화, 지표·영업 압박에 시달린다”며 “중간착취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브로드 원·하청지부는 31일 △티브로드 직접고용 △생활임금 보장 △티브로드 원청의 갑질 중단 △성과제도 반대를 요구하는 파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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