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가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의견접근에 실패했다. 환노위는 다음달 1일 문을 여는 정기국회에서 쟁점사안에 대한 심사를 이어 나갈 방침이지만 노사 이해관계가 첨예한 쟁점이 즐비하다. 정치권이 정기국회에서 근기법 개정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근로시간 관련 고용노동부 행정지침 폐기가 추진될 전망이다.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시기 놓고 여야 충돌

고용노동소위는 29일 오전 국회 환노위 소회의실에서 전날에 이어 근기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여야는 전날 회의에서 의견접근한 주 52시간(연장근로 포함) 노동상한제 단계적 실시 방안과 관련해 후속 논의를 하다가 충돌했고, 회의 시작 50여분 만에 산회했다.

여야는 지난 28일 주 52시간 노동상한제를 3단계로 나눠 시행하는 데 의견접근을 이뤘다. 기업규모별로 △5~49인 △50~299인 △300인 이상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인 시기와 관련해서 더불어민주당은 법 개정 뒤 규모가 큰 순서대로 2019년·2020년·2021년에 차례대로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019년·2021년·2023년 순서대로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표 참조>

이날 회의에서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시행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하자,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가 “여당과 정부가 노동부 행정지침을 폐기하기 위해 압박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퇴장했다. 이에 따라 8월 임시국회에서 근기법 개정은 어렵게 됐다. 환노위는 다음달 개원하는 정기국회에서 논의를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인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접점을 찾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기국회에서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 수두룩, 정기국회 합의도 어려워

하지만 정기국회에서도 근기법과 관련한 이견을 해소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자유한국당쪽은 “근로시간단축으로 창출할 수 있는 고용 규모와 정부지원 규모를 시뮬레이션한 뒤 구체적인 주 52시간 노동상한제 시행시기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시뮬레이션이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고용창출 규모는 여당안과 야당안 차이가 거의 없다”며 “구체적인 시행 시기가 언제가 되든 정부는 중소 영세기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연장근로 허용 여부, 휴일근로시 가산수당 중첩지급에 대한 여야 입장차는 더욱 크다. 여기에 10개 업종으로 제한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추가로 축소하는 문제와, 특례업종에 연속휴게시간과 주 노동시간상한제를 적용하는 문제도 처리해야 한다. 환노위 내에서는 이 같은 쟁점을 일괄처리하자는 의견과 단계적으로 통과시키자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도 “행정지침 먼저 폐기해야”

여야가 정기국회에서도 근기법 개정안을 합의해 처리하지 못하면 정부와 여당은 노동부 행정지침 폐기로 급격하게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행정지침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지 않아 일주일에 최대 68시간 노동을 허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행정지침이 폐기되면 노사 간 소송을 포함해 현장이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행정지침 폐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정애 의원실 관계자는 “정기국회에서 심사를 계속할 예정이지만, 자유한국당쪽이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 압박도 거세다. 양대 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특례업종 축소 합의가 실패한 것에 대해 정치권을 비판하면서도 “행정지침을 먼저 폐기하고 법 개정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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