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석면의 끔찍한 실태가 통계로 드러났다. 석면에 노출돼 중피종암이 발병한 피해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석면에 노출된 노동자 작업복에 묻은 석면으로 가족이 악성중피종에 걸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2011년부터 시행된 석면피해구제법에 의해 인정된 석면암인 중피종 발병자 411명의 석면노출 원인을 분석한 '석면노출 설문지 개발 및 국내 악성중피종 환자의 역학적 특성연구' 보고서를 28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순천향대 천안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가 2011~2014년 석면피해자로 인정돼 정부 구제급여를 받은 이들 중 악성중피종 환자 411명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전체 피해자의 절반에 가까운 171명(41.6%)이 업무 중 석면에 노출돼 악성중피종이 발병했다. 석면공장이나 석면광장 인근에 거주하다 중피종에 걸린 노동자도 각각 91명과 30명으로 집계됐다. 동거가족이 가져온 작업복에 의해 석면에 노출된 가족 17명도 중피종에 걸렸다.

재개발·재건축 지역 2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거나(78명) 자동차정비소 2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다(13명) 발병하는 등 간접 경로로 중피종에 걸린 경우도 확인됐다.

중피종에 걸린 피해자 생존기간을 보면 직업노출은 19개월, 환경노출은 21개월이었다. 2011년 1월 석면피해구제법이 시행된 뒤 최근까지 확인된 석면피해자는 2천500여명이다. 이 중 1천여명이 사망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2009년부터 신규 석면사용이 금지됐지만 그 이전에 사용된 석면건축물의 안전관리 미흡과 허술한 석면관리로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직업적 석면노출로 암이 발병한 경우가 40%가 넘는다는 것은 석면관련 산업재해·직업병 관리시스템이 엉망이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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