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문제로 사회적 논의가 촉발한 가운데 공무원 신분인 유치원 방과후 과정 교사들이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으로 신분을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는 특이한 상황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상미(46·가명)씨는 2011년부터 경남에 위치한 공립(병설)유치원에서 방과후 강사로 일했다. 학교 회계직원으로 채용된 그는 정규 유치원 교과시간이 끝난 후 아이들의 교육·보육 활동을 맡았다. 주 20시간 일하는 학교비정규직이었다. 2013년 어느 날 유치원 정교사가 이씨에게 '방과후 시간제 기간제 교사 채용 계약서'라는 서류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매년 재계약을 반복하던 학교비정규직 신분었던 그는 '재계약 시기가 됐나 보다' 생각하고는 곧바로 서명을 했다. 당시 방과후 강사·에듀케어 강사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린 탓에 '시간제 기간제 교사'라는 계약서상 단어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MB정부 유치원 방과후 과정 기간제 양산

2012년 이명박 정부는 유치원 방과후 강사 고용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온 교육공무원법과 유아교육법을 개정했다. 유치원 교육과정을 교과과정과 방과후 과정으로 구분하고, 방과후 과정에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법률 개정 이후 방과후 강사 중 일부는 기존 신분인 학교비정규직으로 남고, 일부는 공무원 신분인 시간제 기간제 교사로 전환했다. 전환 기준은 지역 교육청별로 달랐다. 광주·충북 지역은 2년 미만 근무한 강사를 기간제 교사로 전환했고, 전남·경남 지역은 모든 강사를 일률적으로 전환했다. 이렇게 이씨는 학교비정규직에서 공무원이 됐다.

급식실 노동자를 비롯한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싸운 끝에 이들 대부분은 2014년을 전후해 무기계약직이 됐다. 지금은 교육공무직으로 불린다. 이어 방과후 강사가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이 되면서 학교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던 방과후 강사들도 고용을 보장받았다. 그런데 이씨처럼 타의로 기간제 교사가 된 이들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전환대상에서 제외됐다.

올해 4월 기준으로 방과후 과정 강사는 무기계약직 3천477명, 기간제 732명이다. 이씨 같은 기간제 교사는 3천755명이나 된다. 이씨는 최근 교육부를 상대로 옛 신분으로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간제 공무원이 되면서 그동안 일한 경력의 절반 가량을 인정받아 임금처우는 예전보다 다소 개선됐다. 주 20시간 일하고 받는 월평균 임금은 세전 140만원 수준이다. 이전 학교비정규직일 때에는 100만원 안팎이었다. 임금이 다소 오른 대신 극심한 고용불안이 따라왔다.

출퇴근전 업무 강요, 갖가지 사유로 강제해고 가능

공무원이지만 이들의 채용권한은 유치원장, 즉 학교장에게 있다.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고 정교사들이 근무평가를 한다. 학교 내 서열의 말단에 있다. 학부모 면담조차 직접 대면해서는 안 되고 정교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방학 때 정교사가 출근하지 않으면 하루 8시간 원아들의 보육·교육을 혼자서 담당해야 한다.

2014년 경남지역 방과후 시간제 기간제 교사 채용계약서를 보면 하루 4시간 근무를 하는데 30분 전 출근해 업무를 도와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교실 정리정돈과 시설유지 업무, 유아 귀가지도를 해야 한다. 하루 30분 이상 무료노동이 발생한다. 자체평가에서 60점 이하 점수가 나오면 계약이 해지된다. 학부모·유아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도 해고, 학부모가 교체를 원한다는 의사를 피력해도 해고된다.

이씨는 "매년 계약시기가 되면 경쟁상대가 생기고, 수업을 하다 면접을 보러 가야 하고, 재계약을 빌미로 정교사로부터 협박을 당하는 등 갖가지 수모와 불합리한 일을 겪고 있다"며 "월급은 적어도 되니까 매년 계약을 반복하는 고용불안 상황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제 기간제 교사로의 전환도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 비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방과후 과정이라는 같은 일을 하는데도 지역에 따라 누구는 교육공무직, 누구는 기간제 교사인 상황은 비정상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28일 오전 일자리위원회가 있는 서울 광화문 KT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공립 유치원 방과후 과정 기간제 교사의 무기계약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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