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줄인다.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은 특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환노위는 28~29일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에서 관련 안건을 다룬다. 노동자 희비는 엇갈린다. 아예 특례제도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노동시간 특례제도 문제점과 폐해를 지적하는 글을 보내왔다. 네 번에 나눠 싣는다.<편집자>


무제한 노동을 강요하는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특례와 관련해 7월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심의가 있었고, 이달 28일과 29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해마다 과로사로 산재인정이 된 노동자만 300명이 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59조 특례와 관련해 어떤 업종을 넣고 뺄 것인지를 고민하는 수준으로 접근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하다.

1961년 도입된 노동시간 특례제도는 도입 당시 업종을 명시하면서도 “공익 또는 국방상에 특히 필요한 때” “보건사회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승인을 얻어 시행하더라도 '상한시간'을 규정했다. 특별한 경우에 엄격한 절차와 한계를 갖는 그야말로 '특례'였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규제가 완화되면서 '필요한 상황'과 '정부 승인'이 사라져 버렸다. 이후 도입됐던 노동부 신고도 없어졌다. 현재는 근로자 대표와 합의만 하면 아무런 절차나 요건 없이, 신고제도가 폐지된 탓에 정부 개입 기회도 없이, 무제한 노동을 강요하는 독소조항이 됐다. 무분별한 규제완화의 대표적 산물이다.

요건과 절차라는 대전제가 규제완화로 사라진 상태에서 통계청 조사로 60%가 넘는 사업체, 48%에 달하는 종사자가 노동시간 특례 적용 대상이 됐고, 실질 노동시간 양극화의 주요 원인이 됐다. 노동시간 특례는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조합이 없거나 약화된 사업장, 노조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있는 사업장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인 한국에서 형해화돼 있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라는 절차만 거치면 무제한 노동이 가능하다. 실질 노동시간의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53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받아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우선 시행하고 지체 없이 승인을 받으면 된다. 노동부가 부적당하다고 판단하면 연장시간에 상당하는 휴게시간이나 휴일을 주도록 명할 수 있다. 특별한 사정의 구체적 요건이 사업주의 자의적 판단일 수 있는 데다, 업종 제한도 없다. 노동부 인가와 개선조치 명령이라는 장치만 있다.

2012년과 2015년 노동시간 특례 적용 업종에 대한 논의를 돌아보면 이율배반적인 것이 많다. 2012년 검토 당시 기준으로 ‘공중의 불편 방지나 안전도모를 직접적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제시하면서, 당시에도 해당 사항이 없다고 했던 영화·방송 산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기도 하고, 이번에 문제가 됐던 것처럼 교통사고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운송업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임에도 버스·택시·화물·항공 등 운송업 분야를 특례로 유지하는 이해하지 못할 검토였다.

현재 국회 환노위가 다시 심의하기로 한 “택시 화물을 비롯한 분야별 운송업과 운송서비스업·영화·방송산업·보건업·사회복지사업, 하·폐수 처리업, 전기통신업”은 공중의 안전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사업이다. 하·폐수처리와 사회복지사업 등은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의 위탁사업이거나 예산지원 사업이다. 정부 공공부문에서 장시간 노동을 확대하는 특례를 유지하는 것은 정책방향에 반하는 행위다. 사회복지사업은 시행령으로 도입된 것이므로 정부 스스로 특례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실질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많은 법·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제도 도입 이유가 왜곡되고, 현장 필요성도 사라진 노동시간 특례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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