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부당거래 때문에 들어온다나 봐. 그래서 클라우드에 있는 거 다 지우고 노트북에 있는 거 다 지우고 그랬어.”(티브로드 간부 대화 녹취록)

태광그룹 계열사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시작되기 전 조직적으로 자료를 은폐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태광그룹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는 최근 입수한 대화 녹취록과 내부 부당거래를 증명하는 추가자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태광그룹바로잡기 공투본과 희망연대노조·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은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광그룹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범죄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에 진정을 넣고 태광그룹 오너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한 ‘티시스’에 일감을 몰아준 증거를 폭로했다. 티시스의 골프장 회원권과 상품권, 와인·김치 등을 다른 계열사와 협력업체들에게 고가에 강매했다는 것이다. 티시스의 내부거래 비율은 2015년 기준으로 76.6%나 된다. 지난해 2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금감원은 지난달 14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을 이유로 흥국증권과 흥국자산운용에 기관주의 제재조치를 취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감원이 제재한 두 곳뿐만 아니라 태광산업·흥국생명·흥국화재·티브로드 같은 계열사들은 티시스와 내부거래를 진행해 오너 일가 자산을 불리는 데 일조했다”며 “공정거래위가 전체 계열사를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범죄를 명확히 조사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다른 녹취록에는 태광그룹 특정 간부가 티브로드에 할당량을 주고 와인을 강매했다는 내용과 협력업체들에게 한 달에 50만원씩 와인을 구입하라는 협조 공문이 포함됐다.

이남신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정규직 정리해고와 비정규직노조 탄압, 내부자 거래를 통해 오너 일가가 이익을 독점하는 잘못된 행태를 공정거래위가 처음부터 끝까지 조사하고 매듭지어야 한다”며 “악질적 노동탄압으로 일관한 불법 비리그룹을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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