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호 변호사(민주노총 울산노동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6누379 부당해고및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등


직장폐쇄 및 해고의 경위와 소송의 경과

대법원 제1행정부는 6월29일 경주지역 자동차부품회사인 발레오만도가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 소속 조합원 26명에 대해서 자행한 해고·정직 등 징계처분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효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2010년부터 금속노조 산하 몇 개 지회에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에서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하자 사용자측이 이를 빌미로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대규모 용역을 투입해 조합원들이 사업장으로 출입하는 것을 막은 다음, 순차적으로 조합원들을 선별해 복귀시키고 회사 내에서 숙식 노동을 하도록 해서 단결력을 와해시키고, 일부 조합원들을 통해 총회를 개최하고 금속노조에서 기업별노조로 조직형태변경을 결의하거나 새로운 기업별노조를 설립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노동조합이 와해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발레오전장시스템즈코리아·케이이씨·유성기업·SJM·만도 등에서 발생한 직장폐쇄가 거의 동일한 수순으로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창조컨설팅이라는 노무법인이 개입해 사용자측과 공모해 노동조합 파괴행위를 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 최초의 사례가 발레오만도였다.

발레오만도는 자동차 핵심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트모터·알터네이터를 생산하는 법인인데, 여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가 설치돼 있었다. 사건은 2010년 2월4일부터 시작됐는데, 사측은 당일 오전 전격적으로 직영으로 운영하던 경비원들을 일방적으로 생산라인으로 재배치한 후 경비업무를 하도급 주면서 별도의 용역직원들을 출근시켰다. 그런데 해당 경비직원들은 모두 금속노조 조합원이었다. 발레오만도의 단체협약 31조는 “회사는 경영상의 부득이한 사유로 생산부문의 일부를 용역 또는 외주·하도급으로 전환하고자 할 때는 조합과 협의하고 조합원의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고용안정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조합과 합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34조에서는 “회사는 자연감소시 적정 인원을 유지하며, 배치전환시 해당 조합원과 충분히 사전에 협의하고 문제발생시 조합과 협의하며, 공장 간 이동시에는 본인의 동의를 구해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측은 금속노조에 아무런 통보나 협의요청도 없이 일방적으로 경비직 조합원들을 재배치하고 그 자리에 하도급 용역직원을 근무시키는 단체협약 위반행위를 자행했던 것이고, 발레오만도지회에서는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단체협약을 수호하기 위해 그해 2월4일 잔업과 야간근무를 거부했고, 그 다음날인 2월5일은 2시간의 연장근로 거부, 이후 같은달 9일부터 12일까지는 30% 태업을 결정한 다음 이를 진행하게 됐는데, 12일 오후 사측에서 설 상여금 지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지회에 정상조업을 요구해 왔다.

이에 지회에서는 사측의 요구를 수용해 2월13일 연휴기간(2010년 설 연휴기간은 2월13일부터 17일까지였다)에는 정상조업 및 특근을 예정대로 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피고 회사에 통보했는데, 사측은 갑자기 조합원들에게 13~17일 특근을 취소한다는 문자를 보낸 후 사무직직원들만 출근시켜 생산라인에 투입해 조업했고, 2월16일 오전 6시30분을 기해 조합원들에 대해서만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발레오만도는 직장폐쇄를 단행한 이후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공장 내부로의 출입은 물론이고 노동조합 사무실에 출입하는 것조차 원천봉쇄했다. 발레오만도지회는 직장폐쇄가 비록 부당하지만, 업무에 복귀할 것과 노동조합 사무실로의 출입을 보장할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직장폐쇄를 유지한 채 사측은 현장 관리자인 직·반장을 회유해 2010년 2월20일까지 28명, 3월26일까지 104명, 4월6일까지 181명, 5월9일까지 389명, 5월24일까지 508명의 조합원을 복귀시켰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당장 수입이 없고, 사측의 회유를 거부하면 어떠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는 것이어서 회유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발레오만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복귀한 조합원들을 퇴근조차 시키지 않은 채, 공장 내에서 숙식하도록 하면서 지회 집행부와 미복귀 조합원들과의 접촉을 원천봉쇄했다. 결국 직장폐쇄 이후 조직형태변경을 통해 금속노조에서 기업별 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로 변경이 됐고, 조직형태가 변경되자 발레오만도는 지회장을 비롯한 핵심간부들과 조직형태변경결의에 반대한 조합원들 15명을 해고하고 12명(그중 11명도 2011년에 결국 해고를 당했다)을 정직처분했다. 26명이라는 대규모 해고자가 발생하자 발레오만도지회는 공장 옆 공원에 천막을 설치하고 길고도 험난한 해고투쟁을 전개했다. 그 과정에서 법적투쟁도 함께 병행했고 여러 가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징계자 대부분에 대해 해고와 정직이 정당하다는 판단이 나와서 패소를 했고, 서울행정법원에서도 패소했다가 서울고등법원에서 조직형태변경결의가 무효이므로 징계위원회 구성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해 해고도 무효라는 판결이 선고돼 전원 승소했다. 그러나 전원 승소의 기쁨도 오래 가지 않았고 조직형태변경결의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자(총회결의무효의 별개 사건으로 진행됐는데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까지 모두 승소했으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조직형태가 유효하다고 결론을 뒤집어 버렸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해고 사건도 당연히 파기가 돼 서울고법으로 사건이 되돌아가게 됐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느낀 실망감은 글로는 표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고법까지 패소했던 부당노동행위 사건도 함께 파기됐다는 것이다. 결국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아와 파기환송심이 열리게 됐고,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는 창조컨설팅과 발레오가 공모한 부당노동행위이므로 징계가 당연 무효라고 주장을 했고, 이러한 원고의 주장을 서울고법에서 받아 줘서 해고도 승소하고 부당노동행위도 승소하게 됐다. 서울고법 판결에 대해 발레오만도가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모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법원은 발레오만도의 상고를 기각해 부당해고임을 확정했다.

사건의 쟁점

발레오만도 단체협약 25조에는 조합원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노·사 각 5인씩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는데, 발레오만도는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장이 아닌 조직형태변경결의로 생긴 발레오전장노조 위원장이 추천하는 노동조합측 징계위원으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원고들을 징계했다. 원고들은 징계위원회 구성의 하자를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에서 발레오전장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한 것은 무효이므로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장이 지명하지 않은 징계위원으로 구성한 징계위원회는 무효다. 조직형태변경결의가 유효하더라도, 발레오만도지회장 임기가 남아 있어서 위원장을 새롭게 선출한 것은 무효이므로 징계위원회 구성에 하자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나아가 원고들에 대한 징계는 발레오만도가 금속노조를 혐오해 발레오전장노조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고들에 대한 징계를 단행한 것이므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조직형태변경결의와 위원장 선출의 적법 여부, 부당노동행위 성립 여부고, 부수적 쟁점으로 징계사유의 정당성 여부와 징계시효의 도과 여부가 있었다.

조직형태변경 결의의 유·무효 여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16조는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변경에 관해 그 방법과 절차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의미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지만,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변경을 대체로 “노동조합이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조직형태 등을 변경하는 것” 등으로 정의하는 데 이론이 없었고, 기존 판례는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와 같이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부나 지회가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을 하면서 당해 조직이나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해서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대법원 2002.7.26. 선고 2001두5361 판결 등)만 조직형태변경결의의 주체로 봤다. 이러한 판례 법리에 따라 1심인 서울행정법원에서는 발레오만도지회가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조직형태변경결의가 무효이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발레오만도가 조직형태변경결의가 유효한 것으로 믿었고 그에 정당한 사유가 있으니 발레오전장노조 위원장이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것으로 믿고 징계위원회를 구성했으니, 징계위원회 구성은 정당하다는 해괴한(?) 결론을 도출해 원고들이 패소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에서는 원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조직형태변경결의가 무효인 이상 징계위원회 구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서 원고들에 대한 징계는 모두 무효로 판단됐다. 그런데 앞에서 간략히 언급한 바와 같이 별건으로 진행되던 총회결의무효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더니 공개변론까지 진행하게 됐고, 공개변론 끝에 대법원은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 등이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가지고 있어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독립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조직형태변경결의에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대법원 2016.2.19. 선고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 결국 총회결의무효 사건은 발레오만도지회가 조직형태변경의 주체가 된다는 것으로 확정됐고, 이 사건에서도 조직형태변경결의가 무효이므로 징계위원회 구성의 하자가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배척됐다.

위원장 선출의 유·무효 여부

조직형태변경결의를 하면서 기존 발레오만도지회장 대신에 발레오전장노조는 새로운 위원장을 선출했는데, 원고들은 새로운 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조직형태변경은 노동조합 조직형태변경 전후에 걸쳐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발레오만도지회에서 발레오전장노조로 조직형태변경이 되는 순간 발레오만도지회장이 발레오전장노조의 위원장이 되는 것이고, 발레오만도지회장은 탄핵된 바 없으므로 대의제 원리상 대표자의 탄핵이나 사임 없이 새로운 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임시총회 소집을 원하는 자는 회의에 부의할 사항을 제시하고 노동조합 대표자에게 그 소집을 요구해야 하고(노조법 18조2항, 발레오만도지회규칙 11조2항), 대표자가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행정관청에 소집권자 지명을 요청해야 하는데, 노동조합 총회를 개최함에 있어서 위원장 선출안건에 대해서는 소집권자 지명을 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소집권자 지명을 받지 못한 자가 소집한 총회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2009.3.12. 선고 2008다2241 판결)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위원장 선출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규약이나 선거세칙상에 규정된 선거관련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위원장 선출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파기환송심재판부는 재적 과반수 참석과 참석인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에 필요한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했고, 제반 경위에 비춰 조합원들이 임원선출안 상정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위원장 선출은 정당하다고 판단해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부당노동행위

원고들에 대한 징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징계양정의 판단요소임과 동시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소송물로서 각각 판단됐다. 원고들은 발레오만도가 금속노조를 혐오해 노조파괴 창조컨설팅과 공모를 하고 창조컨설팅의 자문 아래 직장폐쇄를 장기화한 다음, 발레오만도지회의 조직력을 약화시키고, 금속노조에 반대하는 조합원을 규합해 조직형태변경결의에 나아간 것이고, 발레오전장노조를 반대하고 금속노조 조합원을 유지할 것이 명백한 원고들을 사업장에 그대로 두어서는 발레오전장노조가 유지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해 원고들을 사업장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원고들에 대한 징계를 단행한 것이므로 이 사건 징계는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임과 동시에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점에 대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적법한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해고한 이상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흔적이 있다고 해서 그 사유만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4.12.23. 선고 94누3001 판결)에 근거해 징계사유의 정당성이 인정되므로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는 인정되지 않지만, 발레오만도가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금속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현했고, 창조컨설팅과 발레오만도가 체결한 성공보수약정에는 금속노조가 기업별노동조합으로 변경하는 경우 성공보수를 지급하기로 했고 실제로 지급된 점,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문서가 실제로 임시총회 과정에서 그대로 사용된 점, 발레오만도 대표이사가 노조법 위반죄로 기소된 점 등의 사정을 인정하고 이러한 제반사정에 비추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징계양정도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의 이러한 판단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판결로 그대로 확정됐다. 한편 지노위와 중앙노동위 단계에서는 불이익취급 부당노동행위(노조법 81조1호)만을 주장했고,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노조법 91조4호)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주장이 없었고, 발레오만도는 소송물이 다르기 때문에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판단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관한 중앙노동위 명령 또는 결정 전에 생긴 사유를 노동위원회에서 주장하지 않았더라도 그 결정 등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주장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0.8.10. 선고 89누8217 판결)에 터 잡아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나가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별 노조인 금속노조의 경우도 하부조직이 사단성조차 없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이기 때문에 산업별 노조의 산하조직에서 기업별 노조로 얼마든지 조직형태변경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약화시키고, 산업별 노조를 지향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는 점과 임기가 남아있는 노동조합 대표자가 있는데도 탄핵절차도 없이 소집권자 지명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조합 규약에 따른 선거절차도 없는 위원장 선출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점은 매우 유감스러우나,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그리고 7년에 이르는 기나긴 해고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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