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지난달 말 가족을 데리고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올해는 울릉도에서 5박6일을 보냈다. 울릉도는 내 생애 첫 여행지라 일정을 짜기가 쉽지 않았다. 제주도처럼 큰 섬도 아닌데 5박6일씩이나 있으면서 뭐하지 했었는데 막상 울릉도를 여행하다 보니 5박6일도 짧았다. 울릉도는 산과 바다의 비경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 성인봉을 넘어 신령수 원시림을 걷는 것만 해도 이틀은 걸린다. 도동항에서 행남해안산책로를 따라 해안절벽을 걷다가 옛날 사람들이 걸었다는 ‘저동옛길’을 따라 저동항으로 이어지는 산길도 일품이다.

울릉도 바다는 모래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모래가 없으니 바닥은 해초가 훤히 보이는 청정바다 그대로의 모습이다.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로서는 하루 걷고 하루 해수욕으로 시간을 보냈으니 지루할 새가 없었다. 우리가 울릉도에 제법 오래 머물 수 있었던 것은 숙박비가 저렴해서였다. 5박6일 동안 지출한 숙박비는 고작 6만원. 하루치 민박요금도 안 되는 돈으로 6일을 보냈다. 비결은 캠핑장이었다. 울릉도 군청에서 운영하는 캠핑장 하루 이용료가 저렴한 탓이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국립자연휴양림보다는 비싸지만 울릉도의 특수한 지리적 조건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휴가는 노동으로 지친 노동력을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우리나라만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에게 여름휴가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좋은 방안이다. 새 정부 들어 휴가 사용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있으니 보기 좋은 일이다. 휴가를 통해 내수 경기를 진작시키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100대 국정과제로 관광복지를 강조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프랑스에서 운영하는 ‘체크 바캉스제’를 도입하겠다는 발상도 신선하다. 노동자 휴가를 활성화하려면 체크 바캉스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필요한데,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숙박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부담되는 것은 숙박비다. 필자처럼 산 걷기를 좋아하는 가족은 산림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자연휴양림 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자연휴양림이 산속에 자리 잡고 있어 여행지 선택을 제한한다. 가령 경주나 부여 같은 옛 도시로 여행할 때에는 자연휴양림으로는 불편하다. 텐트도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지면 효용이 떨어진다. 이럴 때 숙박비가 저렴한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호텔급은 아니더라도 콘도 수준도 막상 요금을 보면 좌절하게 된다. 노동자 평균임금 수준에서 콘도를 이용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이럴 때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다니는 노동자가 부럽다. 기업 간 격차는 임금뿐 아니라 복지 영역에서도 크게 벌어진다. 숙박시설만 하더라도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연수원 건물을 운영하면서 직원이 이용할 수 있게 하거나 회사가 콘도회원권을 확보해 직원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가끔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의 도움으로 콘도를 이용할 때마다 중소기업 노동자도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정부도 노동자가 저렴하게 휴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휴양콘도제도다. 휴양콘도는 노동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임금수준이 243만원 이하 노동자로 이용대상을 제한한다. 근로복지공단이 확보한 객실이 적어 경쟁이 치열하다. 성수기나 주말에 이용하려면 당첨 확률이 확 떨어진다.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휴양시설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으로는 근로복지공단이 민간 콘도 회사로부터 객실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법도 있지만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정책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운영하는 연수원 같은 휴양시설을 공유하는 것이다. 현실을 보면 공기업이나 대기업은 외부인에게 매우 배타적이다. 공기업이나 대기업이 협력업체나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휴양시설을 공유한다면 비용부담 없이 휴양시설 공급을 추가로 확대할 수 있다.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관광복지 확대’ 정책에 휴양시설 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되기를 소망해 본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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