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이세규 준장. 육사 7기 출신으로 한국전쟁 당시 초급장교로 용감하게 싸웠다. 전쟁이 끝난 뒤 준장으로 예편할 때까지 부정과 부패가 일상화됐던 당시 군대에서 별명이 콩나물 대령으로 불릴 만큼 청렴결백했다. 대령 시절 자신의 월급을 어려운 부하나 이웃들에게 나눠 주는 바람에 살림이 항상 어려워서 손님이 오면 콩나물국 한 그릇만 내놓는다고 해서 ‘콩나물 대령’이라 불렸다. 그는 자기 가족에게는 아주 엄격했다. 사단장 시절 임지로 면회를 간 부인과 자녀들은 ‘민간인이 군의 식량을 축낼 수 없다’는 이 장군의 고집스런 원칙 때문에 서울에서 쌀과 부식을 가져가야 했으며, 군용차량에는 발도 못 올리게 해서 관사에서 버스터미널까지 수킬로미터 길을 걸어 다녀야만 했다.

그의 사단장 시절을 어느 참모는 이렇게 회고한다. 관사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내다보니 사단장이 당번병의 종아리를 치고 있었다. 다음날 알아보니 모처럼 저녁밥을 다 비운 사단장이 “오늘은 못 보던 나물이 있구나” 하고 기분 좋아 하자, 신바람이 난 당번병이 “쌀이 조금 남아서 시장에서 나물과 바꾸었습니다”고 했다. 그랬더니 한밤중에 불려나가 “이놈아 나라 쌀을 내다 팔아?”하며 피멍이 들도록 맞았다는 것이다.

그 뒤 박정희의 3선 개헌에 현역 장성으로 완곡히 반대한 것이 빌미가 돼 군복을 벗고, 야당 국회의원이 돼 국방 전문가로 박정희에 맞섰다가 유신이 선포되자 정보기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으나, 군인의 명예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스스로 혀를 깨물어 자결하려 했다 한다. 그의 명예회복과 기념사업이 지인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박찬주 대장. 육사 37기로 냉전 평화 시기 멋진 줄타기로 대장까지 진급, 육군 제2작전사령관이 됐다. 피해자 제보에 따르면 박 대장은 육군 7군단장(중장) 재임 당시 공관 경계병이 대부분의 시간을 공관 텃밭을 관리하는 등 사실상 ‘농사병’으로 근무하게 하고, 그날 군단장 가족이 먹을 만큼의 채소를 수확해 공관병에게 전달하게 했다. 또 “당시 박찬주 군단장과 부군단장·참모장 등 장군 3인이 군단 내 식당에 식사를 하러 올 때면, 박 군단장은 메뉴에도 없는 회를 주요리로 해 오라 했다”며, “(식당) 관리인은 7군단이 있는 경기 이천에서 서울 노량진수산시장까지 가서 회를 떠 오곤 했는데, 어느 때는 식사를 취소해 관리관 사비로 횟값을 처리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또 “박 대장이 군단장에서 육군참모차장으로 영전했을 때 그 부인은 휘하 간부 부인들을 동원해 이삿짐을 싸는 일을 돕게 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박 대장 부부가 공관병들에게 가한 비인간적인 처사는 글로 쓰기가 창피하고 민망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권위 있는 목사인 김성길씨도 “개들도 부잣집 개가 낫다”며 박찬주 대장을 편들며 말했다. 공관병에게 그 정도로 대하는 것은 고급 장교로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견해다. 평화 시기 보편적 군대문화라는 것이다. 박 장군은 전역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아마 군검찰에 의해 기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방의 의무로 군대에 갔다 온 대부분 남성이 은연중에 물들어 있는 이 군대문화는 전쟁 시기에 적과 목숨을 건 치열한 전투 상황에서의 태도를 전제로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철저한 계급에 의한 상명하복과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한 폭력행위다. 군에 입대해서 훈련소에 가면 처음 듣는 소리가 “이유는 없다. 까라면 까라”는 구호다. 상관에 대한 절대복종이 없으면 군은 유지될 수 없으며 그것이 전투에 임하는 기본자세라는 것이다. 이런 군대의 생리를 그대로 인정하면 군대 내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그렇기에 그동안 우리 군대 내의 엄청난 인권문제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철저히 무시되고 은폐돼 왔다.

그런데 그것이 비로소 폭발하고 있다. 그 강고한 군대논리(문화)가 무너지고 있다. 그런 재래식 전투는 앞으로는 존재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상명하복이 전투력을 향상시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군대도 달라져야 하고 군대문화도 새로워져야 한다. 군대에 만연한 폭력도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이 땅에서 전쟁이 사라져야 한다. 서로가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은 공멸일 수밖에 없고, 전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적 판단이다. 이러한 판단 아래 병력과 무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며 당사국이 평화협정을 맺는 일부터 추진해야 한다. 이것만이 군대 내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president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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