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기업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렸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총인건비가 늘어나더라도 호봉제를 폐지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불이익한 조치라는 취지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가 “회사가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10일 기업은행지부가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며 기업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기업은행이 지난해 5월23일 개정한 성과연봉제 관련 취업규칙 규정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5월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과 임금 차등 폭을 넓히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안을 의결했다. 이사회 개최 직전 사측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감금하고 강압적으로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라고 요구하는 사진과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이사회 직후 지부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성과연봉제 확대 찬반투표에서는 96.86%가 반대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의 과다한 부채비율과 방만한 경영 문제 해결을 위한 개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를 추진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근로자의 명백한 반대의사 표시에도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은행측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총인건비가 늘어 노동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논리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전체 근로자들의 임금 총액이 상승하더라도 하위 평가를 받는 일부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노동관련법상 금지된 불이익한 규정 변경"이라며 "성과연봉제 확대 실시와 호봉제 폐지로 기존 근로자들이 호봉상승으로 인한 임금상승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도입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본안소송 결과가 나온 것은 올해 5월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이어 두 번째다. 두 번 모두 노조가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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