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헌법상 평등 이념에 따라 노동자의 일과 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2008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출산·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가정 양립 제도가 정착하려면 중소기업 노동자를 현실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영선·송옥주·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일·가정 양립 제도 정착을 위한 사례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가정 양립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대표기업 4곳의 사례가 발표됐다.



슈퍼우먼 방지·리턴맘 등 성공사례 선보여



전자상거래업체 위메프는 지난달 이른바 슈퍼우먼 방지제도를 도입했다. 전체 직원 1천286명 중 여성이 54%이고 직원 평균연령은 31.7세다. 위메프는 출산전후휴가를 여성 100일, 남성 30일을 각각 부여하고, 육아휴직시 남녀 모두에게 정부지원 40%에다 회사지원 20%를 더해 월급의 60%를 받도록 했다.

이날 사례발표에 나선 천준범 경영지원실장은 “회사가 커지면서 직원들이 출산·육아휴직을 고민하게 되고 다른 회사 이직도 잦아졌다”며 “우수한 여성MD(상품기획자) 확보와 경력단절 극복을 위해 슈퍼우먼방지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13년부터 운영한 리턴맘제도를 소개했다. 출산·육아로 퇴사했던 직원을 재고용한다. 고용형태는 무기계약직이고 주 5일, 하루 4시간 일한다. 직책은 부점장(직책수당 지급)이다. 급여는 일반 부점장 대비 근무시간에 비례해 지급된다. 복리후생 혜택은 일반 부점장과 동일하다. 6개월 이상 재직 뒤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다.

현재 102명이 리턴맘제도로 재입사했다. 이 중 퇴직자는 22명, 전일제 전환자는 9명이다. 이동신 인사지원팀장은 “제도 도입 5년째인 만큼 재입사자가 전일제로 전환하려면 아이들이 좀 더 커야 할 것 같다”며 “경험 있는 여성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리턴맘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현대백화점의 가족친화 GWP(Great Work Place)제도, SK텔레콤의 자녀취학 후 휴직제도가 소개됐다.



출산전후휴가·육아휴직 사용 300인 이상에 쏠려



하지만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일·가정 양립제도를 정착하기 쉽지 않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전후휴가 신규지급자는 지난해 기준 300인 이상이 41.2%, 육아휴직 신규지급자는 300인 이상이 48.8%로 기업규모별로 볼 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중소기업 환경이 열악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노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일·가정 양립제도 정착을 위해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점에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중소기업 육아휴직급여를 최저임금과 연동해 상향(통상임금의 40%→60%)하거나 육아휴직급여와 별도로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월 20만원의 바우처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는 또 육아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근로시간단축 지원급여를 현행 ‘통상임금 60%×단축시간 비율’에서 ‘통상임금 100%×단축시간 비율’로 올리고 지급기간을 육아휴직 포함 1년에서 육아휴직 미사용시 2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용자 관점에서는 중소기업 출산전후휴가·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시 지급하는 지원금을 월 60만원에서 최저임금 수준(월 157만원)으로 상향하고, 육아휴직 지원금을 휴직기간에 따라 최저임금과 연동해 월 30만원에서 최저임금의 30~50%를 차등해서 지급하는 방안을 선보였다.

한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축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추경을 통해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고 배우자 출산휴가를 2021년까지 10일로 확대하기로 했다”며 “일·가정 양립 정책이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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