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정남 기자

2015년 민주노총 총파업과 같은해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수감됐던 배태선(52·사진)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이 1년6개월 만인 지난달 12일 만기 출소했다. 민주노총 구미지부 사무국장 출신인 그는 지역에서 KEC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이끌어 주목받았다. 한상균 집행부 출범 직후인 2015년 1월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으로 발탁됐다. 같은해 4월 민주노총 총파업과 11월 민중총궐기·전국노동자대회를 조직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그를 구속하고 징역 6년을 구형했다.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춘천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한상균 위원장 지시대로 노조 조직률 30% 달성 사업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노정 대화를 확대하고 있다. 배 실장은 "노조가 임금·단체교섭을 하다 결렬됐을 때 실력행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에 기대를 갖고 대화를 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대화가 막힐 때를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태선 전 실장을 8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만났다.


- 출소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경북 구미로 내려가 지역 상황이 어떤지 동료들에게 듣고 있는 중이다. KEC 노조파괴 사건과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 사태는 여전하다. 투쟁하는 동지들의 근황이 어떤지 묻고,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고 있다. (노동)운동한 지 30년 만에 거침없이 쉬고 나왔다.(웃음) 출소하면 잘 싸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민주노총 경북본부 교육국장으로 임시로 발령 났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경북본부와 상의하고 있다."

- 2015년 총파업과 민중총궐기를 준비할 때 구속될 것이라 예상했었나.

"박근혜 정부에 밀리지 않기 위해 최후방어선을 만들려면 총파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쉬운 해고가 가능해지도록 한 2015년 9·15 노사정 합의가 나오면서 저항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희생을 감내하는 자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지역에서 처음으로 중앙에 와서 1년 동안 일만 배우다 구속돼 버렸다."

-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해 전 정권에 맞섰던 양심수를 석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이 일만 생각하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 촛불정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가 쌓아 온 적폐 청산의 알맹이가 무엇인가. 이명박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자 수많은 노조가 파괴됐다. 박근혜는 더 쉽게 임금을 삭감하고 해고할 수 있게 하려 했다. 이를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적폐 청산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말하지만 한 위원장을 구속해 둔 상황에서 노동존중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는 없는 거다. 국제적인 비판·비난에도 결국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석방을 하지 않는 것 아닌가. 이 정부는 결국 노동을 정치적 부담 정도의 수준으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거다."

- 출소 후 한상균 위원장을 만났나.

"지난달 21일 민주노총 업무보고 (면회) 자리에 동행해 한 위원장과 인사를 나눴다. 하반기 투쟁과 노조 조직화 사업에 집중해 달라고 하더라. 저에게는 의리를 지키라는 말을 남겼다. 노조 조직률 30% 달성을 위해 투쟁하자던 약속을 잊지 말고 이행하라고 했다. 지시를 받았다.(웃음)"

-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자리위원회 참여 여부를 두고 민주노총 내부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안다. 노조는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대화가 안 되면 투쟁을 통해 교섭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면 과연 우리는 싸울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내부 고민이 아직 진지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 정권이 말도 안 되는 상대였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과 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 대화로 풀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 정부에서 정치개혁·검찰개혁·언론개혁 문제에서는 진일보할 수 있겠지만 노동문제는 굉장히 더디게 진전되거나 답보될 수 있다. 이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준비해야 한다."

- 출소를 고대했던 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비정규직들이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미 민주노총에는 조직된 비정규직이 적지 않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주체는 아니다. 이들의 발언력을 높여야 한다. 비정규직 동지들이 우리 안에서도 비정규직으로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비정규직 동지들에게는 자부심을 가지라고 인사를 건네고 싶다.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자본가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핵심세력은 비정규직이다. 노조로 뭉쳐 싸우게 된다면 사회를 바꾸는 가장 큰 동력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 동지들이 앞장서서 민주노총을 일으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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