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사이에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두 명의 마필관리사가 잇따라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첫 번째 죽음 이후 한국마사회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했으면 두 번째 죽음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5월27일 새벽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가 “X 같은 마사회”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공공운수노조와 공공연맹은 “마사회의 다단계 하청구조가 마필관리사를 죽였다”며 마사회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공동투쟁을 했다.

지난달 16일 노사정과 여당 국회의원들이 모여 기본합의를 도출했다. 같은달 30일까지 공공운수노조와 마사회·조교사협회가 임금체계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 등 6가지 우선조치사항에 합의하면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10월 말까지 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밤 마사회측이 일방적으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퇴장했다. 풀릴 것 같았던 마필관리사 고용구조 개선 문제가 기약 없이 장기화하는 듯했다. 협상 결렬 이틀 뒤 고 이현준 마필관리사가 주검으로 발견됐다.

석병수 박경근열사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그날 마사회측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었던 건 윗선에서 협상을 깨도 된다고 허락을 했거나 (마사회가) 정부와 국회를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합의가 타결됐으면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노조가 요구한 재발방지 대책에는 인력충원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고인은 인력부족으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협상 결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계는 마사회 경영진 경질·처벌과 국회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고용노동부 작업중지명령을 요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