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31일 노선버스운송여객사업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고, 근로기준법이 정한 26개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10개 이하로 축소하기로 하면서 근로기준법 특례업종이 56년 만에 대수술을 앞뒀다. 근로시간 특례제도는 그동안 대상이 막연하고 광범위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지만, 1961년 제도 도입 후 대상 업종은 한 차례 수정도 없이 유지돼 왔다.

56년 만에 대폭 축소

근로시간 특례업종이 살인적 장시간 노동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지난 2011년 8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근로시간특례업종개선위원회를 설치해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위원회는 특례업종 연장근로 상한 설정 여부를 둘러싸고 노사 간 의견 대립으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듬해 1월 공익위원안만 도출해 발표했다. 공익위원안에 따르면 26개 업종 중 특례업종으로 유지하기로 한 10개 업종은 △육상운송 △수상운송 △항공운송 △기타운송 관련 서비스업 △영상·오디오 기록제작 및 배급업 △방송업 △전기통신업 △보건업 △하수 폐수 및 분뇨처리업 △사회복지서비스업이다.

나머지 △보관 및 창고업 △자동차 및 부품판매업 △도매 및 상품중개업 △소매업 △금융업 △보험 및 연금업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 △우편업 △교육서비스업 △연구개발업 △시장조사 및 여론조사업 △광고업 △숙박업 △음식점 및 주점업 △건물·산업설비 청소 및 방제서비스업 △미용·욕탕 및 유사서비스업 등 16개 업종은 특례업종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공익위원안은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공익위원안이 다시 등장한 때는 2015년 9·15 노사정 합의다. 당시 노사정 합의에는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줄이는 내용이 들어갔다. 10개 특례유지 업종과 16개 제외 업종은 개선위 공익위원안과 같았다.

희비 엇갈리는 노동자들

이날 여야가 2012년과 2015년 노사정 논의 방향에 따라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를 결정하면서, 노동계는 희비가 엇갈렸다. 버스노동자들이 참여한 자동차노련은 성명을 내고 "늦었지만 수십년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버스운수업 적폐 해소 대상 0순위였던 특례업종 제외에 대한 국회의 강력한 법 개정 의지를 적극 지지한다"며 "추후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과정에서 무의미한 당쟁으로 번지거나 일부 사업주 이익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또다시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택시노동계는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택시도 버스와 함께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업종으로 분류된다. 전택노련과 민택노조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한 번의 사고로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면 노동시간 특례에서 제외해 주고, 매년 여러 번 사고로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는 택시는 노동시간 특례악법을 계속 적용받는 게 법 형평성에 맞느냐"며 "택시를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항공운송·영화산업·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 업종 조합원들이 가입해 있는 공공운수노조는 "근로기준법 59조를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일부 업종만 제외해 달라는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례제도의 문제점을 알리는 대시민 선전전과 환노위원들뿐만 아니라 전체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59조 폐기를 당론으로 정할 것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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