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한 민주택시노조 사무처장

노동자 자유이용권. 근로기준법이 정한 특례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압축해 표현하는 신조어다. 통신·의료·광고·운수 등 26개 업종 노동자는 근로시간 특례제도 적용을 받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집배원 자살이 잇따르고, 명문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해 잘나가던 직원이 목숨을 끊고, 버스운전 노동자의 졸음운전으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회는 특례업종을 줄이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특례업종 가운데 일부를 줄이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노동계는 특례업종 폐지를 요구한다. 특례업종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직접 <매일노동뉴스>에 글을 보내왔다. 5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노동시간 특례제도는 근로기준법 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와 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58조는 이른바 ‘간주 노동시간제’로 출장이나 사업장 밖 근무 등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소정근로시간으로 간주해 실노동시간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특례다. 59조는 주 12시간 한도인 연장노동을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4시간 근무에 최소 30분, 8시간 근무에 최소 1시간을 쉬지 못하게 해도 된다는 연장노동과 휴게시간에 관한 특례조항이다.

근기법 59조는 주 40시간제의 예외에 예외를 무제한 허용한 것이다. 장시간 노동을 무제한 허용하는 특례의 특례이며, 근기법을 적용하지 않는 조항이다. 헌법에 따라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고, 최저기준을 이유로 노동조건을 낮출 수 없도록 해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ㆍ향상시키는 것이 근기법의 목적과 기준이다. 이에 반하는 노동시간 특례조항은 헌법과 노동법 정신에 위배되고 그 자체가 위법하므로 폐기해야 한다.

더구나 59조 특례업종을 선정한 요건이 공중의 편의라는 점에 이르면 경악하게 된다. 공중의 편의상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장시간·무제한으로 일을 하고 쉬지 않아야 하는가. 개발독재시대 후진적 발상의 발로다. 졸음운전으로 대형 인명사고가 터져 갑자기 노동시간 특례가 문제라며 부산한 정부와 국회의 모습을 보니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매일 계속되는 과로에 죽음의 그림자를 안고 일하는 노동자들은 서글프기도 하다.

운수업처럼 공공성이 강한 업종에서 과로 노동이 수많은 노동자들과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게 된다는 사실이 굳이 대형 인명사고가 터져야만 깨달을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이러다 사용자쪽이 반대하면 “정확한 실태조사와 연구검토를 거쳐 재논의하기로 했다”며 슬그머니 미루는 구태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민주노총이 불참했던 2011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근로시간특례업종개선위원회는 국민적 공론화 과정도 없고 객관적 기준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채 공익위원이 운수업 등 10개 업종만 특례업종으로 존치하겠다는 안을 냈다. 노사 간 입장 차이로 법 개정까지 연계되지 않았다. 이런 안을 다시 노동시간 특례 논의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용자가 반대하면 노동자들은 계속 무제한 연장노동을 강요당해도 되는가. 버스만 제외하자는 법안도 근시안적이고 졸속적인 안이다. 주 60시간 등 연장시간 특례한도를 정하자는 법안은 3중 특례의 누더기 입법이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고자 한다면 노동시간 특례조항부터 전부 삭제해야 한다.

노동시간 특례는 버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택시노동자들도 엄청난 연장노동을 무제한 강요당하고 있다. 저임금, 수많은 사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교대자 없이 하루 종일 연속 근무하는 1인1차제는 하루 13시간, 월 300시간, 연간 3천600시간 이상 살인적인 과로운전에 시달리게 한다. 택시사고율은 68.9%다. 연간 37억명이 택시를 이용하는데 과로사와 교통사고로 하루 1명 이상 죽고, 2대에 1대꼴, 2명에 1명꼴로 사고를 당한다. 택시노동자에게 특례업종 족쇄를 채워 무제한 연장노동을 계속하라는 것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방조행위와 같다.

지금의 택시는 과잉 공급돼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로 감차를 시행 중이다. 이런 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운행시간을 줄여야 맞다. 과거처럼 장시간 연장노동을 무제한 허용할 필요가 없다. 택시는 근기법 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까지 적용해 실노동시간도 적용받지 못한다. 1일 2교대는 10시간, 1인1차제는 13시간 일해도 2시간·3시간으로 산정해 지급한다. 교통안전법에 따라 택시에는 디지털운행기록장치가 전 차량에 장착됐다. GPS호출·앱과 카드결제는 물론 지자체와 교통안전공단에 최첨단 실시간 운행기록 관리시스템까지 구축돼 실노동시간이 정확히 측정되고 산정된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택시의 업무특성 변화를 익히 알고 있지만 방관하고 있다.

택시의 노동시간 특례는 공중의 편의상 도움이 안 되고, 폐해가 훨씬 크다. 저임금과 과로 운전은 노동자·시민 모두의 안전을 위협한다. 택시노동자도 똑같은 사람이다. 하루 8시간 일하고 싶다. 8시간 최저임금이라도 제대로 받고 싶다. 택시노동자들도 남들처럼 쉬고 싶다.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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