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30분까지 16시간30분을 운전하고 다음날 아침 7시15분부터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 사고를 낸 광역버스 노동자 얘기다. 격일로 16시간30분씩 운전했다는 광주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도로에서 실신해 결국 사망했다. 장시간 노동을 하는 우정노동자는 올해 12명이 세상을 등졌다. 인천공항에서 항공기 지상조업을 하는 비정규 노동자는 너무 늦게 끝나고 일찍 출근하는 바람에 며칠간 집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한다. 이 정도면 기계라도 버티기 힘들겠다 싶지만 우리나라 노동자의 절반가량은 사업주가 그렇게 부려먹어도 위법이 아니다. 무제한 노동, 이번 국회는 제한할 수 있을까.

특례라는 이름으로 장시간 노동 무한정 방치 안 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노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노위)

근로기준법 59조의 가장 큰 문제는 근로시간 특례조항이라는 이름으로 근로시간을 무한정 풀어 버렸다는 데 있다. 그것도 1961년 신설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 근기법 체제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특례라는 이름으로 장시간 노동에 무한정 방치돼 왔다. 더 이상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안 된다는 데 노사정은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고속도로에서 광역버스 운전기사의 장시간 노동에 따른 졸음운전으로 시민들이 죽고 다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게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소한 버스업종 특성을 감안한 근로시간 상한을 두고 연속휴식시간 11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 환노위 여야 간사 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사실 가장 좋은 방안은 26개의 특례업종을 다 폐지하는 것이다. 그런 내용의 근기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다만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의 내용이 제각각이고 여야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최대공약수를 찾아가야 할 시점이다. 버스업종은 장시간 노동으로 시민의 안전·생명이 위협받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다른 특례업종에 대해서는 하반기 국회에서 계속 논의할 것이다.


노선버스업종 특례적용 제외는 국민 생명·안전 문제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환노위)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

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승객과 도로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루 17~18시간씩 일하는 경기도 격일제 사업장은 인원부족으로 적게는 2~3일, 많게는 5~6일씩 연속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업종은 1961년에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최초로 규정된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에서는 이달 31일 노선버스운수업의 연속휴게시간이 보장될 수 있는 내용을 논의할 계획이다. 과로버스로 인한 폐해를 잘 알기에 이번 법안심사소위에서 ‘노선버스업종 특례적용 제외’로 연속휴게시간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만 연속휴게시간 확보는 곧 인원확충 문제이기도 하다. 적자노선 사업주가 인력난과 최저임금 인상, 요금인상 유예를 이유로 운수업을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또한 이로 인해 고용감소가 동반된다면 정부의 대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

국민생활에 가장 밀접한 대중교통인 노선버스운수업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준공영제를 통한 버스업종의 특례제도 적용 제외’가 이뤄지도록 정책을 설정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버스준공영제 도입과 운영에 관해 지원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근로시간 특례업종 폐지 정치적 결단할 시점
이정미 정의당 의원(국회 환노위)

이정미 정의당 의원(국회 환노위)

근로시간 특례 규정은 국민생명과 안전을 반복적으로 해칠 뿐만 아니라 노동건강권을 치명적으로 위협하고 국민의 목숨을 앗아 가는 조항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설정한 특례업종 원칙, 즉 공중의 불편방지나 안전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기준이 오히려 공중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와 국민의 희생을 볼모로 유지돼 온 근로기준법 59조가 폐지돼야 하는 이유다.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주 12시간 연장근로 자체가 특례다. 연장근로 특별허용이 공중편의를 확보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현재 적용 중인 26개 업종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용인하는 대가로 경영이익 편의만 확보해 주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정업체의 경우 월 170시간이라는 최악의 월 연장근로 한도를 규정한 사례도 있다. 업종별로 급하고 덜 급한 순차적용의 문제로 논의할 의제가 아니라 규정을 전면 삭제해야 한다.

이 규정은 1961년에 도입된 후 점차 확대됐다. 국회는 동일업종에서조차 업무·규모를 불문하고 획일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악용수단이 된 노동현장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국민과 노동자의 생명·안전,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특례업종 축소 추진 중, 버스업종은 맞춤 대책 세우겠다
오은경 노동부 근로기준혁신팀 팀장

오은경 노동부 근로기준혁신팀 팀장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시간 근로를 줄이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줄여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노사정이 현재 26개인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10개로 줄이기로 합의한 상태다. 노사정 합의대로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이 추진된다면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줄일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된 버스운전사·운송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포함돼 있지만 노사정이 합의한 제외 업종에도 들어가 있지 않아 앞으로도 특례업종으로 남게 된다.

다만 최근 버스운전사의 장시간 근로가 사고로 이어지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버스운전사 장시간 근로가 문제로 제기된 후 버스업계에 대한 근로감독과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운수업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완전하게 제외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장시간 근로가 심각하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노선버스를 중심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

아울러 최근에 집배원 장시간 근로 문제도 지적됐다. 우편업은 현재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포함돼 있지만 노사정이 제외하기로 합의한 16개 업종에도 들어가 있다. 국회에서 관련법이 개정되면 집배원 장시간 근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리라 기대한다.


공공의 안전과 안녕 위해 법 개정 필요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근로시간 특례제도는 공익 목적이라는 이유로 연장근무를 무한정 가능하게 만들었다. 버스 현장에서는 이 조항으로 인해 노사 대표가 합의만 하면 연장근무를 무한정 늘릴 수 있게 됐다. 경기도 버스업체의 경우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17시간에 이르면서 특례제도가 장시간 노동을 만든 원인이 됐다. 이번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버스 사고에서 드러났듯 버스노동자들은 3일 연속 17~18시간 일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졸음운전이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만연한 장시간 노동을 없애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특례제도가 없어져야 한다.

버스가 특례업종에 포함된 이유는 과거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8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나. 4시간 정도면 서울과 부산을 오간다. 집배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연장근무로 인해 노동자들이 사망하거나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공공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근로기준법 59조를 개정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특례업종에서 버스를 비롯한 운수업이 제외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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