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50만원 남짓 되는 돈으로 어떻게든 상황을 바꿔 보겠다는 청년들에게 지난 정부는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청년수당은 마약이라고 비난했던 사람들은 청년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난해 서울시 청년수당을 신청했다는 박향진(27)씨는 발언 도중 자주 말을 멈췄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가라앉히려는 듯했다. 박씨는 “처음으로 사회적 신뢰를 받았다고 느끼게 해 준 청년수당 정책이 보건복지부에 의해 직권취소됐을 때, 사회가 (청년들의) 노력을 부정할 수 있는 곳이라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27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와 서울시의원들이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증언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3일 서울시가 2천831명의 청년들에게 청년수당 50만원을 지급한 다음날 청년수당 사업을 직권취소했다. 청년수당 지급은 중단됐다. 직권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복지부는 "포퓰리즘 사업"이라고 규정했고,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마약성 진통제"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이런 정부와 새누리당 여론전을 청와대가 주도했는 증거가 나왔다. 지난 20일 청와대가 추가로 공개한 국정상황실 캐비닛 문건에서다. 문건에는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견제하는 방안이 적혀 있었다. 문건에는 “서울시가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하면 지방교부세 감액 등 불이익 조치를 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시의원과 네트워크는 “외압을 통해 사업을 무산시킨 주체가 청와대라는 사실에 청년 모두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지금이라도 전 정부의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직권취소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서윤기 서울시의회 청년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복지부와 서울시 협의 과정에서 청년수당 도입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는데 돌연 틀어졌다”며 “청와대 외압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자는 사과하고 사법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수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누군가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고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2016년 청년수당 참여자에 대한 청년수당 재지급 방안을 논의할 것을 중앙정부와 서울시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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