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수많은 노동자가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시달리면서 생명과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근로기준법 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폐기가 시급하다는 현장노동자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더 이상 무제한 노동시간을 허용하는 것에 눈감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의당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사람 잡는 근기법 59조 폐기를 위한 현장노동자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인사말에서 “특례업종 문제로 국민 생명도 반복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고 노동자 건강권도 치명적인 침해를 받고 있다”며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나타난 인재”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는 이어 “노동자·국민의 생명을 희생 삼아 유지돼 온 근기법 59조는 폐지돼야 한다”며 “다음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에서 특례업종 관련 논의시 특례조항 삭제 원칙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9일 고속도로에서 장시간 노동에 따른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낸 버스기사는 하루아침에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며 “근기법 59조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고 외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노동자 삶 파탄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근로시간 특례조항에 얽매여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항공·버스·택시·집배·방송노동자 등 현장노동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김진영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샤프항공지부장은 “우리 업무가 근기법 59조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한 달 100시간 넘게 연장근로를 하고 있다”며 “한 번 출근하면 사흘 동안 집에도 못 가고, 집에서도 얼마 못 자고 다시 나와야 해서 가정이 파탄 날 지경”이라고 밝혔다.

안기선 집배노조 화성우체국지부 사무부장은 “우리 사업장은 아침 6시에 출근해서 배달 준비를 하거나 이미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시작한다”며 “배달 물량이 많고 업무 부담감이 커서 마라톤 선수처럼 쉴 새 없이 뛰어다녀도 업무는 밤 9~10시에 끝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의 전산기록에는 그 같은 ‘무료노동’이 빠져 있다”며 “59조 폐기로 삶이 조금이라도 변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버스회사에서 6년6개월 근무했다는 임환학 서울경기강원버스지부 조합원은 “하루 18시간 근무하고 실제 수면시간은 3~4시간에 불과하다”며 “회사가 정해 놓은 운행시간 때문에 식사도 용변도 제대로 못하고 휴게시간도 못 갖는 실정”이라고 고발했다. 그는 “신호위반을 하지 않고는 운행시간을 소화할 수 없기에 운행시간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법안심사서 특례조항 삭제 추진”

김성한 민주택시노조 사무처장은 “택시 근무형태는 1일2교대, 1차1인제 등 다양한데 하루 15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택시는 근기법 59조뿐만 아니라 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도 적용받아 15시간 일하고도 2시간30분 일한 것처럼 임금이 산정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그는 “택시의 경우는 2대 중 1대에서 사고가 나고, 사망자도 많아 58조와 59조 특례조항을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정병욱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방송제작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실태를 고발했다. 그는 “제보를 토대로 방송제작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계산한 결과 하루 평균 19.18시간, 평균 휴일은 주 0.9일, 1주 평균 노동시간은 116.8시간이었다”며 “특례업종은 공중불편 방지와 안전도모를 목적으로 한다는데 방송업계는 이와 관련성이 약한데도 여전히 특례가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정의당에서 이 대표를 비롯해 강은미·정혜연 부대표, 김용신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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