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SK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주축이 된 케이프컨소시엄을 선정하면서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케이프는 옛 LIG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강압적으로 임금체계를 바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사무금융노조 SK증권지부는 "지난 25일 오후 긴급 대의원대회를 열고 케이프 매각에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했다"고 26일 밝혔다. SK그룹은 지주회사의 금융사 주식소유를 금지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8월까지 SK증권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SK가 가진 지분은 10.04%다. SK는 지난 25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케이프를 선정했다.

케이프인베스트먼트의 모회사 케이프는 선박엔진 실린더 라이너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조선업 불황이 예상되자 증권업 진출을 준비했고, 지난해 LIG증권을 인수해 올해 기업명을 케이프투자증권으로 바꿨다. LIG증권 직원 상당수는 케이프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케이프는 인수 뒤 임금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노조 LIG투자증권지부(현 케이프투자증권지부)와 충돌했다. 현재 이 회사는 6개월 단위로 직원평가를 실시해 하위평가자 임금을 20% 삭감하고 있다. 영업실적을 내지 못하는 지부장은 40%나 임금이 삭감됐다. 인수 전 40명이 넘던 조합원은 최근 반토막이 났다.

SK증권지부는 케이프투자증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케이프가 노동자·노조 친화적인 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의원들이 매각을 반대하는 입장을 정했다"며 "향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심사 과정을 지켜보며 투쟁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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