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 조합원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6일 국회 정문 앞에서 티브로드의 세종시 SO 인·허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세종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선정을 앞두고 티브로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티브로드의 인허가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SO 심사 항목 중에는 방송의 공적책임·공익성 실현 가능성이 포함돼 있는데, 최근 정리해고 등을 실시한 티브로드는 해당 항목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지부장 최성근)는 26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1일 세종시 SO 허가 신청공고를 냈다. 티브로드와 CMB충청방송 두 군데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기존 사업자 중 HCN충북방송은 허가를 신청하는 대신 티브로드에 방송설비를 매각하면서 티브로드 선정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간 세종시 방송서비스는 티브로드 중부방송·CMB충청방송·HCN충북방송이 나눠 운영했다. 미래부는 2014년 종합유선방송구역 고시에서 세종시를 별도 방송구역으로 획정하면서 3개 SO 중 허가기간 만료일이 가장 늦게 도래하는 올해 7월 말까지 세종시 전역에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는 SO를 선정하도록 했다.

미래부는 사업 허가 신청접수 뒤 지난달 중순부터 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가 밝힌 주요 심사항목은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 △ 지역적·사회적·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 등이다.

지부는 티브로드가 첫 번째 심사기준인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에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티브로드가 지난해 말부터 세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해 70여명의 노동자를 해고시키는 와중에도 배당률은 높여 온 사실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최성근 지부장은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며 배당을 높인 것은 케이블방송의 공공성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세종시 SO 선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이 안정돼야 방송의 안정성도 담보될 수 있는데, 티브로드는 2년마다 진행되는 업체교체와 낮은 임금으로 고용 불안정을 유도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가입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수진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 상황실장은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없이 일할 수 있을 때 시청자들도 권리를 안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며 “이번 투쟁은 시청자들을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부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했던 발언을 되짚었다. 유영민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유료방송업계 정규직 전환 여부를 재허가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수진 상황실장은 “티브로드를 세종시 SO로 허가할지 여부가 유영민 장관이 한 약속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현재 세종시 SO 사업자를 선정해 방송통신위원회에 동의 요청을 해 놓은 상황”이라며 “방통위 심사 결정이 나는 대로 최종 결과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SO 허가 심사 때 노동형태도 고려했는지를 묻자 이 관계자는 “아직 최종 결과가 나지 않아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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