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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노동자 자유이용권'이 만든 지옥도 ②] 소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지정찬무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국장
   
▲ 정찬무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국장

노동자 자유이용권. 근로기준법이 정한 특례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압축해 표현하는 신조어다. 통신·의료·광고·운수 등 26개 업종 노동자는 근로시간 특례제도 적용을 받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집배원 자살이 잇따르고, 명문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해 잘나가던 직원이 목숨을 끊고, 버스운전 노동자의 졸음운전으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회는 특례업종을 줄이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특례업종 가운데 일부를 줄이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노동계는 특례업종 폐지를 요구한다. 특례업종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직접 <매일노동뉴스>에 글을 보내왔다. 5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출근 3일 만에 집에 가는 조합원에게 퇴근하는 심정을 물었다.

“음~ 드디어 집에 가는구나, 하죠. 군대와 사회는 공기가 다르다고 하잖아요, 그런 심정이랄까. 우리들끼리 집에 가면서 역시 공항과 사회는 공기가 다르다고 농담해요.”

출근 첫날, 7시간이나 연장근무를 하고 밤 11시를 넘겨 일이 끝났다. 자정 마지막 기차를 타고 집에 간다고 한들 다음날 새벽 6시 출근시간을 맞추려면 4시간 자기도 빠듯하다. 집에 가는 일이 더 피곤한 조합원들은 차라리 컨테이너에서 쪽잠을 택한다. 깜박 자고 일어난 출근 둘째 날, 8시간 연장근무를 하고서 업무가 끝난 시간은 밤 11시. 셋째 날 출근시간은 새벽 5시, 집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컨테이너에서 눈을 붙인 건지 어쩐 건지 출근 셋째 날이다. 그나마 오늘은 오후 2시 퇴근, 휴가를 나가는 군인처럼 퇴근시간을 기다린다.

이게 실화냐? 이야기 하실 분 있으시겠다. 2017년 인천공항에서 벌어지는 실화다.

모두가 휴가를 떠나는 반짝이는 공항 뒤편에서 벌어지는 사축(社畜,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이라는 뜻의 신조어)동화. 활주로에서의 항공기 유도·수화물 처리·항공기 기내청소·캐터링·항공기 정비와 급유 작업 등 항공기 지상조업을 하는 노동자들의 실화다.

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서 처음 한 일이 근로기준법대로 일하자는 것이었다. 남들 다하고 있는 주 40시간 근무, 아니 주 12시간 연장근무는 다 할 테니 제발 좀 매일매일 집에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서 돌아온 답은 근기법 59조에 따라 ‘운수업’에 해당하는 업체는 노동자들의 동의가 있으면 무제한 연장근무가 가능하고 항공기 지상조업은 운수업에 해당한다는 답이었다. 운도 없는 조합원들은 회사가 주도하는 회사노조(제1노조)가 맺어 놓은 평균 120시간의 연장근로 특례에 따라 아직도 '사축'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기법 59조는 공익이나 국방상 중요한 업무의 경우 근로시간 제한을 예외적으로 초과할 수 있도록 하자며 만들어진 조항이다. 그런데 특례에 해당하는 사업체는 10곳 중 6곳(60.3%)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 10명 중 4명(42.8%)이나 되고 있다. 이 정도면 특례가 아니라 아주 보편적인 상태라 할 수 있다. 근기법의 법익이 권리주장이 힘든 노동자 보호에 있고 병원과 대중교통, 방송과 우편, 공항근무와 택배, 요양보호와 일반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기준도 없고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는 연장근로 특례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폐기됐어야 할 운명이었다. 특히나 운수산업의 경우에는 근기법 59조 폐기에 더욱 강력한 요구를 가지고 있다.

무제한 연장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법령 탓으로 한 달 300시간을 넘게 운전대를 잡고 있는 버스노동자를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나라는 없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한 해 1천200명이나 도로 위에서 사망하는 화물차 사고를 두고서, 무제한 연장근로 특례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명목상 운송업에 포함이 됐다는 이유로, 악마 같은 사용자의 탐욕에 사축처럼 부려지는 공항노동자의 현실이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인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국민에게 안전을 노동자에게 권리를”이라는 구호를 10여년째 내걸고 있다. 국민과 노동자 모두에게 절실하고 적절한 압축적 문장이다. 특히나 오늘 반복되는 대형 참사를 바라보는 국민은, 대중교통과 도로교통, 공항과 항공기의 이용자로서의 국민은 장시간 근무를 강요하는 현실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규제가 이뤄지기를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

새 정부가 기왕에 획기적인 노동시간단축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여기가 로도스다”는 생각으로 국민 안전과 노동자 권리를 보장할 실천을 이행하기를 촉구한다. 당연하게도 그 첫걸음은 근기법 59조 폐기가 돼야 한다.

정찬무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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