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섬유노조 남해화학 사내하청 유진PLS 노동자들이 25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비정규직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농협중앙회가 추진하는 정규직 전환 대책에 지역 농·축협에서 일하는 비정규직과 계열사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제외돼 비판이 일고 있다.

25일 전국협동조합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역 농·축협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는 8만1천500여명으로 이 중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1만8천700여명(약 23%)이다. 비정규직들은 하나로마트나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정규직과 같이 일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농협중앙회는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면서 이들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에 소속된 26개 계열사 전체 직원 3만5천289명 중 비정규직은 7천700여명이다. 농협은 그중 5천245명만을 정규직 전환 검토대상에 포함시켰다.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는 1천131개 지역 농·축협은 논의대상에서도 빠졌다.

계열사 간접고용 비정규직 대책이 없는 점도 논란이다. 최석주 노조 정책국장은 "농협이 추진한다고 밝힌 대책을 보면 문재인 정부 코드를 억지로 맞추려 애쓰는 모습"이라며 "계열사 간접고용과 지역 농·축협 비정규직은 아예 빠졌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농협의 전근대적인 노무관리로 인해 전국 농협 사업장 곳곳에서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노동자를 대하는 농협 경영진의 근본 인식이 바뀌지 않고서는 올바른 비정규직 대책은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해화학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일은 농협의 태도를 상직적으로 보여 준다. 남해화학은 농협경제지주 계열사로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해 있다.

화섬노조 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지회는 남해화학 사내하청회사인 유진피엘에스 노동자로 구성돼 있다. 유진기업은 이전 하청회사와 지회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승계하지 않으면서 2015년부터 지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남해화학 출신이 이곳에 친사용자노조를 설립하면서 복수노조가 됐다. 유진은 지난 1일부터 지회 조합원 10명에게 자택 대기발령을 냈다.

지회 관계자는 "사내하청회사가 계속 바뀌는 터라 처우를 개선하고 고용을 안정시키려고 노조를 만들었는데 탄압이 곧바로 시작됐다"며 "수년간 투쟁한 끝에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나서지 않고서는 사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회는 "지금까지 남해화학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탄압을 수수방관 하거나 오히려 부추겼다"며 "이제 실질적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농협중앙회가 직접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