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최근 건설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대주주 경영 실패에 따른 매물이 인수합병(M&A) 시장에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헐값에 기업을 사들인 인수자가 투자금 조기 회수를 위해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건비를 줄이거나 아예 아웃소싱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부당노동행위가 끊이지 않고, 오너 수익 독식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경우 대개 핵심 업무(설계·감리) 부실을 동반한다.

흐름을 거스르는 곳도 있다. 노동자들이 기업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종합기술 사례다. 다음달 초 진행되는 한국종합기술 매각 본입찰에는 호반건설과 한국종합기술 우리사주조합의 2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지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재창출하겠다고 호언한다. 노동자들이 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구조조정·고용불안·노사분규 등에 따른 각종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자연스럽게 생산성 향상과 경영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매각 인수자 약탈행위 심각"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종합기술 매각 참여사례로 본 종업원 기업인수' 토론회 참석자들은 "종업원지주제는 좋은 일자리를 지켜 고용안정에 기여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라며 우리사주조합쪽에 힘을 실었다. 사회적 가치가 큰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토론회는 건설기업노조·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약탈경제반대행동이 공동주최했다.

송호연 ㈜ESOP컨설팅 대표는 "국내 산업 구조조정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 인수자의 약탈행위가 심각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인수자가 기업정상화를 위한 투자보다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는 비판이다. 송호연 대표에 따르면 그나마 투자금 회수에 그치는 투자자는 우량투자자에 해당한다. 인수한 기업의 내부 자금을 약탈적으로 인출해 기업을 회생 불능 상태로 몰아넣고 도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는 "종업원지주제는 직접적으로 실업을 방지하고 고용을 유지함으로써 각종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등 사회안전망의 건전성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들이 기업을 인수해 중소규모 사업장들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경우 숙련인력의 조기퇴직과 자영업 시장 유입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방지하고, 조기퇴직에 따른 노인빈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퇴직시 보유주식을 매각하면 추가적인 노후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 대표는 "정부가 종업원 기업인수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인수단계에서부터 정부가 직접적으로 금융지원을 하거나 세제혜택을 주고, 노동자 인수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방식으로 종업원지주회사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지속성장·경제민주화 지름길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은 "미국에서는 경기침체로 사업을 포기하려는 기업인들이 노동자들에게 지분을 넘기는 사례가 많다"며 "기업도산에 따른 대량실업도 막고, 노동자들은 창의성과 자발적인 생산성 증가 노력으로 경기회복의 발판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사무국장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종업원지주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우리사주조합장을 겸하고 있는 김영수 한국종합기술노조 위원장은 "종업원지주제야말로 경제민주화를 이룰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 성장에 기여가 없는 오너의 일방적인 수익 독식을 막고, 생산에 참여한 직원들이 수익을 나눌 방안이 바로 종업원지주제"라며 "고용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재가치가 있고, 이익이 발생할 때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참된 경제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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