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1천60원 많다. 인상률은 16.4%로 2001년 이후 가장 높다. 문재인 정부가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도 머뭇거리다 법정시한을 넘기며 막차를 탔다. 재계는 올해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안을 들고나왔다가 표결에서 좌절을 맛봤다. 일부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결정 뒤 사퇴서를 던지는 행위로 항의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선택을 받았으니 최저임금위 입지는 좁아졌다. 그만큼 최저임금 제도개선 요구와 경제민주화 요구는 비등하다. 2018년 최저임금 결정 이후 무엇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들었다.


최저임금 인상 후속조치는 과감한 재벌개혁
문현군 한국노총 미조직비정규담당 부위원장

문현군 한국노총 미조직비정규담당 부위원장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18년 최저임금이 노사 양측의 최종안을 가지고 노·사·공익위원 27명 전원이 참석한 표결 끝에 노동계 안으로 결정 났다. 노동계 염원인 ‘최저임금 1만원’이 깨진 것에 못내 아쉬움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밝혔듯이 최저임금 1만원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소한 누려야 할 권리이며 인권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경제계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고용시장에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소상공인 폐업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벌개혁이 필요하다. 정부는 재벌대기업들이 수십년간 정치권력과 야합해 쌓아 놓은 수백조원의 유보금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재벌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뿌리 뽑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막대한 마진율을 낮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 자영업자들의 무리한 창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지원도 고려해야 한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7천530원이라는 2018년 최저임금에 즐거워하고 있다. 얼마나 소박한가. 이제 대한민국은 변해야 한다. 저임금 노동자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고,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사라져야 진정한 경제대국으로 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밝혔듯이 최저임금 1만원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소한 누려야 할 권리이며 인권이다.


일률적 최저임금 인상, 소득양극화 심화시켜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

내년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결정됐다. 인상률 16.4%, 액수로는 1천60원 오른 금액이다. 최저임금은 2000년 1천600원에서 2017년 6천470원으로 4배 증가했고 인상 속도는 연평균 8.6%다. 이러한 최저임금의 고율인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저임금의 고율인상은 오히려 노동시장에 임금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주된 이유는 현행 법령상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점이다.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본급과 일부 수당만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상여금·숙식비 등은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여금 비중이 높은 고임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더 많이 누리지만, 지불능력이 열악한 영세·중소기업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한 단순·저숙련 근로자들의 일자리는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지금부터라도 최저임금의 고율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후속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지나치게 협소한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업종·지역별로 다양한 여건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차등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일률적인 최저임금의 고율 인상은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에 소득양극화 심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산업현실에 맞는 최저임금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지불능력과 액수 중심 논쟁 더 이상 안 돼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민주노총은 3년 전부터 시급 1만원을 요구하며 사회적 투쟁을 해 왔다. 결과가 부족하고 아쉽지만 내년 최저임금이 사회적 투쟁의 결실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번 최저임금 결정과정과 방식은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공익위원들이 주도해 심의촉진구간 제시 없이 전례 없는 경매낙찰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기존 최저임금위원회가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이 담합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면, 이번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들이 판을 짜고 흔들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강제한 방식이었다. 최저임금위 결정구조와 방식, 공익위원의 구성과 역할에 대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공익위원 성향과 결정방식에 좌우되는 결정구조는 500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한다.

최저임금 결정이 지불능력과 시급 액수를 중심으로 평가되고 논쟁되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인간답게 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최저임금 제도의 본래 취지라면 나머지 문제는 국가와 자본의 몫이고 책임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금액을 중심으로 쟁점을 격화시키는 것은 최저임금 문제를 권리의 문제가 아닌 을과 을의 이익다툼으로 왜곡시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체계 개악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기본급화해서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위로 돌리려는 시도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불법적 임금체계 개악을 단속하고 근절시키기 위해 근로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


결정과정 공개해 노사위원 대표성 보완하자
이상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이상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천60원 인상하기로 했다. 노동계가 요구한 1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로 결정된 것은 긍정적이다. 사실 급격한 인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에서 최저임금의 인상을 한 자릿수로 억제해 왔던 결과라고 봐야 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받을 타격을 감안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이번 결정에서 가장 긍정적인 것은 정부가 노사에 결정 책임을 전가해 왔던 과거 모습에서 벗어나 갈등 중재를 위한 정책적 자기역할을 했다는 점, 즉 올바른 의미의 ‘3자 주의’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분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경쟁을 탈피하고 사용자의 생산성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제도가 운영돼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직접적 임금지원 방식은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더욱 중요하게는 현재의 사회양극화를 고려할 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은 대기업 혹은 원청에 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카드수수료 인하, 원청·대기업의 갑질 근절 등을 통해 소상공인에게 적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최저임금위 결정과정에서 볼 때, 밀실에서 결정되는 방식은 문제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현재의 노사는 사실상 대표성이 높지 않다. 노조 조직률은 10%밖에 되지 않고 사측 대표성은 더욱 취약하다. 대표성이 취약한 대표들이 은폐된 과정을 통해 결정한 내용을 전체 국민이 적용받는 과정은 비합리적이다.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노사의 부족한 대표성을 보완하는 것이며, 정부(공익위원)의 분명한 자기 역할을 강제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기뻐할 수 없고, 해야 할 것도 많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

시급 1만원은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으로 주장한 임금이다. ‘역대급’ 인상률에도 기뻐할 수 없는 이유는 그 결정이 여전히 인간으로 미달된 삶을 감내하라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인상률은 팍팍한 숨통을 살짝이나마 틔워 주겠지만, 그럼에도 월 20만원 정도의 임금인상이 삶을 짓누르는 경제적 어려움을 일소하지는 못할 것이다.

과제가 많다. 이번 최저임금 1만원을 이야기하며 이 문제가 단순히 최저임금만을 올리는 문제가 아니었음을 전 국민이 알게 됐다. 무엇이 정말로 영세자영업자들을 어렵게 하는지 명확해졌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점령, 솟구치는 임대료, 프랜차이즈 갑질, 카드사만 배불리는 카드수수료 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한다. 경총과 정부여당이 진심으로 영세자영업자들을 걱정하고 있다면 이 과제부터 추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노동자 다수의 임금이 최저임금 협상을 통해 결정돼서는 안 된다. 결국 단체교섭으로 가야 한다. 2.8%에 불과한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 노조결성이나 파업은 꿈도 꿀 수 없는 알바노동자들의 현실에서는 어림없다고? 못할 것 없다. 다수 유럽 국가들은 단체협약의 확대 적용으로 최저임금을 대신하고 있다. 알바노조는 한국맥도날드와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온갖 노동혐오 악법을 걷어 내고 제도 정비가 따라오면, 우리 힘으로 다 해낼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받아야 할 정당한 급여를 사업주와 교섭할 수 있는 시대, 알바도 파업할 수 있는 시대를 늦출 수 없다. 할 것이 많다고 밝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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