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는 판결을 내놓은 지 4년 가까이 흘렀다. 하지만 판례가 통상임금의 세 가지 요소로 제시한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중 재직자 조건이나 일정 근무일수 충족 조건 같은 '고정성'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통상임금 관련 하급심 판결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토대로 통상임금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입법화해 분쟁소지를 줄이자는 취지로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현행 근기법은 연장근로 때 통상임금의 150%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통상임금 정의에 대한 규정은 없다.

현행 근기법 통상임금 정의 규정 없어

지난해 5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근기법 개정안은 통상임금 정의를 신설하면서 통상임금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으로 정의했다. 또 근로자의 개인적 사정 또는 업적·성과·그 밖의 추가적인 조건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논쟁의 중심이 된 고정성은 통상임금 정의에서 빼 버렸다.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는데,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19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통상임금 판례법리와 입법방향 토론회'에서 해당 근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노동자의 임금권리와 장시간 노동규제에 심각한 문제가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강병원·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통상임금에 관한 최근 판결 경향과 입법방향의 검토'를 발제한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법령으로 어떤 임금 내지 금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정하게 되면 노동자들은 앞으로 이에 해당하는 임금 내지 금품은 통상임금 해당성을 다툴 여지조차 없게 돼 버린다"고 비판했다.

2015년 9·15 노사정 합의 당시 통상임금 관련 합의에서도 통상임금을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소정근로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으로 정의하면서, 시행령에서 규정할 제외금품으로 △근로자의 건강, 노후생활 보장, 안전 등을 위한 보험료 △근로자 업적·성과 등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지급 여부·지급액이 미리 확정되지 아니한 임금 △경영성과에 따라 사후적으로 지급되는 금품 등을 예시로 들었다.

"법정근로 대가 중 통상임금에서 제외된 금품 포함해야"

김 변호사는 "예컨대 시행령에서 '근로자의 건강, 노후생활 보장, 안전 등을 위한 보험료'가 제외금품이 될 경우 개인연금보험료 등이 실제 퇴직시까지 지급된다고 해도 통상임금에서 제외될 수 있다"며 "결국 판례보다 못한 시행령이 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통상임금에 관한 입법방향은 단순하다"며 "통상임금을 법정근로시간의 근로에 대해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정해진 일체의 금품으로 규정하고, 그간 판례가 법정근로의 대가로 받은 임금 중 통상임금에서 제외해 왔던 금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법정외근로를 규제하기 위한 법정수당제도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세계 최장 수준의 장시간 노동 상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온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론에서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능한 연장근로시간을 더욱 제한하거나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사유나 절차를 제한하는 등 연장근로 자체를 줄이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것까지 논의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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