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재현 서울시 일자리노동협치지원관

노동존중특별시 서울시가 우리 사회 노동정책의 방향타를 새롭게 잡았다. 2015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한 서울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계획’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무기계약직의 전면 정규직화와 2019년 생활임금 1만원대 진입이다. 무기계약직 정규직화는 고착화하는 비정규직 문제의 중요한 핵심을 짚었다는 점에서, 2019년 생활임금 1만원대 진입은 최저임금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주목했으면 하는 대목은 ‘노동’과 ‘근로’를 명확히 구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노동관이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17일 기자설명회에서 ‘근로’라는 말 대신 ‘노동’을 쓰자고 강조했다. 사용자에 종속된 ‘근로’ 대신 사용자와 대등한 ‘노동’을 쓰자는 것. 우리 사회가 근로라는 단어에 더 익숙한 법·제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노동의 상식을 회복하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조금 살을 덧붙이고 싶다. ‘근로’는 ‘노동자는 근면해야 한다’는 노동 억압의 가치를 담은 가치판단의 단어다. 반대로 노동은 그런 편견이 없는 객관적이고 전 세계 노동자가 쓰는 사실판단의 단어다.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항공모함과 서울시라는 고속정의 속도가 같을 수 없지만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정책보다 서울시 속도가 빠른 것은 분명하다. 비단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다. 방향도 ‘노동을 존중하는 특별시’답게 만들어 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사실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핵심 과제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진 지 오래다. 서울시를 비롯해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계속 추진했지만 무기계약직·중규직·준정규직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차별이 온존했다.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고용불안 해소에 도움이 됐지만, 임금·인사·복지에서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비정규직의 눈물은 무기계약직의 눈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노동정책 방향을 무기계약직의 전면 정규직화로 잡았고, ‘노동자들에게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을 줘야 한다’는 목표로 2019년까지 생활임금 1만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5년 노동정책 기본계획 5년 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정책을 가다듬어 진화시켰다. 희망과 의지에 그치지 않고 방법과 실행도 우리 사회에 보여 줬다. 세밀하게 설계된 5년간의 프로그램과 1년 단위 계획, 그리고 노동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 이 두 개 축이 노동존중특별시 서울시를 이끌고 있다.

‘아우 서울시’가 ‘형님 문재인 정부’에 돌직구를 던졌다. 노동의 상식을 회복한 사회를 함께 만들자고. 비정규직 문제가 고용안정과 임금 문제를 넘어서 ‘2등 시민’으로 전락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형님과 아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풀어야 할 우리 시대의 최우선 과제라는 것. 이제 형님이 화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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