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남 대표노무사(이유노동정책연구소)

대상판결 : 광주고등법원 2017.1.12 선고 2015나102250판결

1. 들어가며

버스노동자 A와 B는 승차요금 각 2천400원과 800원을 회사에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는 해고를, B는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법원은 B에 대한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했고, A는 1심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항소했고 항소심은 회사 손을 들어줬으며,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A의 해고처분을 확정했다.

2017년 1월 위 사건 항소심 판결이 있었는데 비슷한 시기 법원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게 당시 정권에 430억원의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세간에는 버스노동자 A의 해고와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에 관해 사법부의 이중성을 비난하는 말이 쏟아지기도 했다. 물론 두 가지 사안의 성격이 법률적 접근과 판단을 달리할 수 있으나, 일반인들이 갖는 법원에 대한 비난은 공정성이라는 ‘상식’에 심각한 물음을 던지는 행위다.

항소심 재판부가 버스노동자의 노동현실을 철저히 배제하면서 써 내려간 판결 이유와 해고 사건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노동법 ‘상식’에 기초해 검토하고자 한다.

2. 대상판례 검토

가. 항소심 판결의 요지

항소심 재판부는 ① 운송수입금 일부를 횡령한 것은 액수의 다과를 불문하고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리는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하고 ② 운송수입금 횡령행위 방지를 위한 노력이 있었으며 ③ 피고의 운송수입금에 대한 순수익률에 비추어 적다고 보기 어렵고 ④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 원칙적으로 해고만이 가능하며 ⑤ 노사합의에 따라 징계양정이 마련된 이상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고 ⑥ 징계절차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⑦ 소외 B와의 징계형평성에도 반하지 않고 ⑧ 해고 무렵 언론과의 인터뷰나 1인 시위 등을 통해 사실과 다른 언급을 해서 신뢰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점 등을 고려하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 해고가 정당하고 판시했다.

이렇듯 대상판례는 징계해고의 사유·절차·양정에 있어 그 정당성을 인정했고, 나아가 A의 1인 시위까지 거론하며 책임 있는 사유를 판단했는데,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구체적인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기초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징계해고의 정당성 요건과 대상판례의 문제점

(1) 징계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은 그 사유·절차·양정 모두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해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해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1998.11.10 선고 97누18189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하급심은 “특히 해고의 경우 노사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징계처분이므로 노사 간의 신뢰가 완전히 파괴돼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서, 그와 같은 파탄의 책임을 노동자쪽에 있는 것으로 하는 것이 정당한 경우에 한해서만 행해져야 한다(서울행법 2010.11.12 선고 2010구합10488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해고처분은 임금노동자에게 생계의 단절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최후 수단으로 작동돼야 하며, 이 사건과 같이 징계 대상자가 된 2명의 근로자를 사이에 형평의 원칙에 반해 징계해고가 이뤄진 경우에는 징계권 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각주1>.

(2) 17년간 단 한 번 운송요금을 정상납부하지 않은 것이 ‘기본적인 신뢰관계를 파탄 내는 징계 사유’로 정당한 것인가?<각주2>

대상판례는 우선 피고인 회사의 주된 수입원을 운송수입금으로 한정해 액수의 다과를 불문하고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했으나, 버스회사에는 정부 보조금(적자노선·벽지노선·유가 등)이 지급되는데 피고의 경우 2015년 기준 40억원의 정부보조금을 받았으며, 계열사로 학교법인과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자본의 규모가 상당한 회사라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 그리고 대상판례는 버스 안에 잔돈 통이나 요금수납 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은 조건에서 “동전은 운전석 왼편에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사실인정을 했음에도, 운전자들이 승객에게 받은 동전을 관리하기 힘들어 천원 단위로 회사에 입금한 후 운행 때마다 일비에서 공제하거나 돌려받는 관행은 배척하고, 곧바로 A가 ‘횡령’ ‘착복’한 것으로 단정하는 등 노동조건과 실태에 대한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은 심리미진으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대상판례는 A의 언론 인터뷰와 1인 시위를 책임 있는 사유로 삼고 있으나 이는 재판부의 판단 원칙을 넘어선 것이다(재판부의 노동사건을 대하는 관점과 자세가 심히 의심되는 지점이다). A의 1인 시위가 신뢰관계를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이끌었다고 간주한다면 이 나라에서 쟁의행위를 하는 노동자 모두는 해당 사업장에서 해고 사유에 해당될 것이다. 한편 A와 달리 B의 경우 3회에 걸쳐 800원을 횡령했다는 사유로 ‘정직처분’을 한 것은 징계 형평성에도 반한다.<각주3>

끝으로 피고 회사와 동일한 단체협약이 적용되는 전북고속 사건<각주4>에 대한 대법원의 선행 판단과도 배치된다. 전북고속 사건에서 대법원은 운송수입금 3천원을 미납한 것은 30년간 근무하면서 단 한 건이며, 사전에 계획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각주5>, 징계전력도 없이 성실히 근무해 온 점을 들어 해고무효를 확정했다(대법원 2014.11.27 선고 2014다59781 판결). 이와 같이 징계해고 판단 근거인 단체협약도 동일하고 징계사유에 대한 사실관계에 있어서도 유사한 선행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3. 나가며-신뢰관계 파탄의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

버스노동자 A는 근로기준법 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를 적용받는, 연장노동이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운수회사 임금노동자다. 승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운전을 할 수 있게 하려면 해당 법 규정 개정(정부의 책임)과 더불어 버스노동자 운행 환경 개선(사용자 책임) 또한 필요하다. 이 사건 회사는 2002년 당시 건설교통부와 전라북도가 선정한 전국 최초의 ‘교통안전우수업체 인증마크’를 획득한 사업장이다. 하지만 ‘인증마크’가 승객의 안전과 노동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복’해 계열사를 확대하기 위한 방편은 아니었을까. 대상판례는 사용자인 회사가 안전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계식 현금관리기 등 요금수납 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사용자 책임은 함구하고 오로지 노동자에게만 그 책임을 물어 ‘신뢰관계가 끝났다’고 판단했다. 해고법리의 오해를 넘어 위법한 판결을 한 것이다. 사법부는 정당한 해고라고 판결문에 적었으나 버스노동자 A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하다. 그래서 노동자의 투쟁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각주>
1. 근로자의 직무상 부정행위를 이유로 한 징계처분이 동종의 부정행위에 가담한 다른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처분보다 지나치게 가혹해 위법하다고 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1994.5.24 선고 93다26854 판결).
2. 대상판례에서 지적돼야 할 ‘징계절차’의 하자 등에 대해서는 지면 한계상 생략하기로 한다.
3. 1심 법원은 "문제가 된 액수가 비교적 소액이라 오히려 횟수가 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정을 참작하면 징계형평성에도 반한다"고 해서 부당해고로 판시했다.
4. 이 사건 피고 회사의 노조가 전북지역자동차노조에 가입돼 단체협약이 동일하다.
5. 대상판례에서는 승차요금 2천400원을 미입고한 것이 ‘고의’에 의한 책임 있는 사유로 봤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