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지역정신건강복지사업 일자리 창출 및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 토론회에서 김소윤 연세대 의과대학 의료법윤리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정기훈 기자
지역주민 정신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실시된 지역정신건강복지사업(구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이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며 전문요원의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구조 때문에 서비스 질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정신건강복지사업 일자리 창출 및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 토론회’에서는 “별도의 공익재단 설립을 통해 하청구조로 운영되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개편하고 인구당 전문요원 비율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토론회는 보건의료노조와 양승조·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전형적인 이중 노동시장”=우리나라 지역정신건강복지사업은 1995년 정신보건법(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후 20여년간 실시됐다. 정부는 2004년 정신건강증진이라는 목적 아래 지역정신건강복지사업을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했고, 이 과정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자살예방센터·재난정신건강센터가 생겨났다. 문제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산하 각종 센터가 민간위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데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관련해 “이중 노동시장의 전형적인 일터”라며 “위탁계약이 종료되면 노동자들은 고용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요원과 노동자 9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40여개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 중 61.1%가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공법인위탁은 27.9%, 지자체 직영은 11%다. 고용형태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각각 11.7%·10.7%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77.6%나 됐다. 평균 근속기간은 2.5년이고, 10명 중 2명이 1년 미만 단기 근속자다.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 비율은 10명 가운데 0.5명꼴에 불과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고용불안과 낮은 처우, 높은 노동강도는 이직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전준희 경기도 화성시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정신건강복지센터는 하청-재하청 구조로 운영된다”며 “대개의 경우 센터장 개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기 때문에 피고용자의 처우가 열악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재단 설립으로 공공성 확보해야”=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질 낮은 일자리로 인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를 보여 왔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비정규직 고용불안 해소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정신건강서비스의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소윤 연세대 의과대학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호주 사례를 들어 전문요원의 적정인력 충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호주 빅토리아주는 지역거점 의료기관이 직접 정신건강복지센터를 관리하고 있다”며 “평균 인구를 기준으로 구역을 책정해 사례관리자와 사례자의 비율을 1대 10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중앙본부에서 예산배분과 인력교육·운영사항을 관장하고 지역센터에서 관할지역 중증환자 사례관리와 거점 의료기관 연계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정신건강복지센터 운영은 '모든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대전제 아래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준희 센터장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고질적인 고용·예산문제 해결을 위해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사회서비스공단’ 같은 재단 설립을 고려할 수 있다”며 “그래야 고용안정과 양질의 서비스 제공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인구 1만명당 1명의 전문요원이 필요하다”며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5천200명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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