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형 퇴직연금(IRP) 제도 확대 시행을 앞두고 일부 은행이 실적할당에 나서 노동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는 해당 은행을 금융감독원에 고발할 계획이다.

16일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박홍배)에 따르면 최근 은행 일부 지역본부가 소관 영업점에 직원별로 50개의 IRP 신규계좌를 개설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IRP는 노동자가 이직·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본인 명의 계좌에 적립해 만 55세 이후 연금처럼 받도록 한 금융상품이다.

정부는 올해 4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달 26일부터 IRP 가입 대상을 자영업자와 공무원 등 사실상 모든 노동자로 확대한다.

여러 시중은행이 경쟁적으로 사전예약제를 실시하는 등 벌써부터 과당경쟁 조짐이 일고 있다. 실제 A은행은 지난달 12일부터 사전예약 마케팅에 나서 하반기에 핵심성과지표(KPI)를 적용하는 신규상품으로 편입했다. B은행은 IRP 목표를 배정하고, 달성률에 따른 점수운영을 예고한 상태다.

금융노조는 대대적인 반대활동을 전개 중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항의방문해 과당경쟁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을 요구했다. 14개 지부가 모인 전국은행산업노조협의회는 공동행동 지침을 마련하고, 지부별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금감원은 이달 6일 은행에 IRP와 관련해 과당경쟁으로 인한 불완전판매에 유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후 일부 시중은행이 사전예약과 프로모션 중단을 결정했다. 이와 반대로 KB국민은행이 세부 실적할당에 나서면서 노동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부는 "은행이 계좌 할당을 하며 금리가 낮은 정기예금으로만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납입한도는 '최대한'으로 설정해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방문판매 역시 사실상 허용함으로써 금융실명제 위반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지부는 금융감독원에 특별감독을 요청할 계획이다. 박홍배 위원장은 "사전예약제와 계좌 할당은 결국 직원들이 가족과 친척의 명의를 긁어모아 깡통계좌를 개설하라는 말과 같고, 불안전판매와 금융사고 위험만 키우는 행위"라며 "정부와 금융감독 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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