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한 다수 공기업이 자회사 설립으로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회사형 정규직화 모델을 제시한 서울시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임기 중에 자회사형 정규직화를 시도했다. 서울지하철에서 역사 청소 또는 전동차 유지·보수를 하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서울메트로환경·서울도시철도엔지니어링에 고용됐다. 서울 가락·강서·양곡시장에서 청소·주차·교통·시설관리를 담당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2014년 서울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따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자회사인 서울농수산시장관리㈜에 편입됐다.

"자회사 정규직 됐지만 처우는 그대로"

문제는 자회사 편입 노동자들의 처우다. 지방공기업 자회사에 고용됐지만 임금수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자회사 노사 교섭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다.

이들 자회사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교섭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시 투자기관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해법은 없는가?’ 토론회에서 나온 주장이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투자기관자회사노조협의회와 서울시의회 민생실천위원회가 주최했다.

발제를 맡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시 노사정 대화기구에 이들 자회사 노사를 참여시켜 처우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진 연구위원에 따르면 자회사 4곳 노동자들의 근무조건 만족도는 높지 않다. 김성상 서울시농수산물시장노조 사무장은 “말만 정규직화지 임금이나 복지는 기존 용역업체 소속이었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자회사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교섭을 시도했지만 불만사항을 개선하기 힘들었다. 교섭은 자회사 노사가 해도 예산 결재와 승인 권한은 공사와 서울시에 있는 구조 탓이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서울메트로환경의 경우 노사가 협약을 맺어도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 예산 승인부서 서너 곳을 거쳐야 한다”며 “자회사 처우를 결정하는 이해당사자가 다층적인 것이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연구위원은 자회사를 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에 참여시켜 임금을 비롯한 자회사 노동자 처우 문제를 협의하자는 해법을 내놓았다. 서울모델협의회는 공익위원 6명(서울시·노조·사용자 추천 각 2명)과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사용자대표위원 13명, 노조대표 14명 등 33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자회사 노사 대표를 추가하자는 제안이다.

자회사 노동자들 “적극 찬성”

자회사 노동자들도 서울모델협의회 참여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찬배 민주여성노조 위원장은 “자회사가 설립된 뒤 4년 동안 자회사는 공사에, 공사는 서울시에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반복됐다”며 “소통과 협치가 이뤄지려면 서울모델협의회에 정식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상 사무장은 “자회사 노사가 교섭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서울모델협의회처럼 기존에 마련된 틀에 들어가서 우리 요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자회사의 서울모델협의회 참여를 막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은 “서울모델협의회는 네덜란드 노동재단을 모델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서울시는 노사의 자율성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자회사의 서울모델협의회 참여를 막을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노동재단은 노조와 사측이 의견을 모으면 정부가 수렴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그는 “기존 서울모델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의견을 모으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방공기업 노조들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참여 방식에 이견을 나타냈다. 서울모델협의회 참여자가 늘어나면 논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조병학 서울시투자기관노동조합협의회 사무처장은 “자회사들의 서울모델협의회 참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상위기구인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에 자회사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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