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연맹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법·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지난 정부의 실책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내버려 두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비스연맹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목소리다. 이날 토론회 제목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 발표에 즈음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학교와 정부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에 종사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소개됐다. 대책 마련을 위해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과거 정부도 무기계약직 전환, 현실은 그대로"=그동안 정부는 학교비정규직 중 상시·지속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왔다. 그런데 학교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전체 38만명의 학교비정규직 중 교육부가 집계한 무기계약직 전환 제외 대상자가 절반이 넘는 20만명이나 된다. 교육공무직원(학교회계직원)의 경우 상당수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스포츠강사·영어전문강사 등 상당수의 직종에 기간제법 적용 예외가 인정되면서 단기계약과 계약해지가 반복되는 실정이다.

무기계약직이 능사도 아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2014년 경기도교육청 소속 학교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3천947명을 설문조사했더니 응답자의 56%가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박정호 학교비정규직노조 법규국장은 “지난 정부도 상시·지속업무는 무기계약 고용원칙을 확립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신규채용자 중 14.7%만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됐고, 대상자 중 41.6%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며 “기간제 사용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기간제 채용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교육기관 무기계약채용 실태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돌보미처럼 정부 재정지원으로 이뤄지는 일자리 사업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정부는 2015년 아이돌봄 시간제 이용자의 지원시간을 연간 720시간에서 480시간으로 줄였다. 아이돌봄 종사자 노동시간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공공연대노조에 따르면 아이돌보미의 27.2%가 하루 3시간 미만 일하고, 3시간 이상 6시간 이하는 42.4%로 조사됐다. 이봉근 노조 법률국장은 “서비스 이용시간 축소를 방치하면 저임금에다 원하는 만큼 일을 하지 못해 이직률이 높은 아이돌봄 종사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용 한도시간을 720시간으로 원상회복해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을 교육하는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도 나쁜 일자리가 양산되는 부문이다. 교사들은 대부분 기간제 노동자다. 김광중 예술강사노조 위원장은 "공공부문 무기계약 전환 지침에 따라 상시·지속업무인 예술강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노동조건과 처우를 결정하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예술강사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간제법이 상시고용 원칙 무너뜨려"=근본적인 해법은 관계 법령 대폭 정비로 모아졌다.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현행 기간제법과 시행령에 대해 “상시고용 원칙을 무너뜨려 정규직 전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기간제 노동자를 2년 경과해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법의 취지인데, 예외 범위가 넓고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간제법 4조 개정에 주목했다. 원칙적으로 근로계약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전제한 뒤 계절 사업이나 휴직 등으로 인한 결원대체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 제안이다. 차선책으로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신 변호사는 “학교 계약직 강사같이 연간 8개월은 기간제 노동자가 담당하고, 4개월은 정규직이 대체하는 업무를 포함해 모든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만 60세 이상 기간제 노동자만을 예외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며 “헌법상 평등 원칙, 근로기준법상 균등처우 원칙에 따른 정규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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