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태국 방콕에서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관광통역안내사본부 설립총회가 열렸다.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관광가이드로 불리는 관광통역안내사들이 잇따라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대형여행사 갑질 근절과 고용안정·처우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이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기형적 여행업계 구조 속에서 노동법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연맹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위원장 문현군)는 “대형여행사 횡포에 고통받는 관광통역안내 노동자 20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고 11일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관광통역안내사들이 지난달 30일 한국관광통역안내사본부(본부장 박인규) 설립총회를 연 데 이어 이달 7일 노조 가입인준을 마쳤다. 현재 본부가 가입 대상으로 삼는 관광통역안내사는 동남아시아 15개국 1만명 수준이다.

옵션관광·쇼핑으로 저가상품 마이너스 메워
“공정거래위, 대형여행사 갑질 횡포 조사해야”


노조는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관광통역안내사들이 국내 H투어·M투어 같은 대형여행사의 횡포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관광객은 대형여행사를 통해 단체여행 상품을 계약하지만 실제 여행을 안내하는 곳은 교포들이 운영하는 현지 여행사다. 관광통역안내사는 현지여행사에서 일하지만 직접 고용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다.

대형여행사가 판매하는 단체여행 상품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객 한 명당 평균 10만~25만원의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현지 여행사는 이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떠안고 관광통역안내사에게 옵션관광·쇼핑을 통해 메우도록 하고 있다. 손실분을 메운 뒤 들어오는 수입은 현지 여행사와 가이드가 반반씩 나눠 갖는다. 노조는 “관광통역안내사가 이를 메우지 못하면 며칠을 고생해도 한 푼도 벌지 못하거나 거꾸로 손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관광통역안내사는 △고객만족이 아닌 쇼핑과 옵션으로 평가를 받고 △고객이 지불하는 '가이드팁'을 받지 못하고 △고객 불만사항이 접수되면 무한책임을 진다. 관광통역안내사가 부풀려진 호텔비를 부담하거나 정산금액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노조를 조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형여행사가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인규 본부장은 “대형여행사는 관광통역안내사가 노조에 가입할 경우 관광객을 배정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하지만 태국에 이어 베트남·캄보디아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지부를 조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전국관광통역안내사노조 설립
“정부, 관광통역안내사 처우개선 나서야”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서비스연맹 전국관광통역안내사노조(위원장 문경숙)가 고용노동부에서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서비스연맹에 따르면 노조는 중국여행상품을 다뤄 온 관광통역안내사 10여명으로 구성됐다. 사드 사태로 중국관광객이 축소되면서 고용불안을 느낀 이들이 노조 설립을 주도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과의 간담회에서 “관광통역안내사 수익은 쇼핑점에서 나오는 수수료가 절대적”이라며 “여행사는 관광객을 무기로 각종 노예계약을 서슴지 않고 있고, 관광통역안내사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지 투어를 관광통역안내사에게 맡기면서 벌금·인두세를 요구하는 실정”이라며 “저가 단체여행상품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에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광통역안내사 현황과 실태를 파악한 자료는 태부족이다. 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관광통역안내사 고용불안과 부당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이들을 자유업종으로 보고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여행사 횡포를 막을 근본적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현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고 했으나 국내 대형여행사의 갑질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같은 관행을 근절하도록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송옥주·노웅래·오영훈·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관광통역안내사를 통해 본 관광업계의 문제점 진단 및 개선방향 모색 토론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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