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CD 공장(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한 노동자에게 발병한 백혈병이 업무상재해로 인정됐다. 반도체가 아닌 LCD 공장 생산직의 백혈병이 산재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은 김아무개(33)씨가 낸 최초요양 및 휴업급여신청(산재신청)을 이달 3일 승인했다.

김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2년 7월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사업장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채용됐다. 5년7개월가량 포토(감광)공정에서 일했는데, 심한 피로감과 생리불순·불임 등을 겪다가 2008년 2월 퇴사했다. 2010년 만성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은 그는 2014년 10월 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사업장 역학조사를 실시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벤젠·포름알데히드 노출 수준이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백별형 발병과 업무관련성이 낮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달 "업무관련성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일회성 측정이 과거 재해자의 일상적·계속적인 작업과정 중 발생하는 실제 유해물질 노출 현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정했다. 질병판정위 판단에 따라 공단 천안지사는 이달 3일 산재 승인 처분 결과를 김씨에게 통보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LCD와 유사한 PDP(디스플레이 패널)를 생산하는 사업장에서도 직업성암으로 의심되는 질환이 발생했는데 산재 인정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청와대가 나서 반도체 전자산업의 광범위한 직업병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대형 인명사고의 경우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때까지 사고원인을 투명하고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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