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은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이 발족한 지 15년 되는 날이다. 노노모는 지난 7~8일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에서 15주년 행사를 했다. 이날 행사는 노노모 10대 뉴스로 과거를 돌아보는 자리로 꾸려졌다. 선배 노무사들의 경험과 지혜를 기반으로 비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가칭)지혜와비전위원회도 출범시켰다.

크고 작은 노동사건에서 늘 노동자 편에 선 노노모. 영화 <카트>로 알려진 2007년 뉴코아·이랜드 투쟁과 대량징계를 버티며 구조조정에 맞선 철도노조 파업, 불법파견·정규직 전환을 요구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파업 등 노동자들의 애환이 있는 곳에는 노노모가 함께했다.

설립 15년을 맞아 노노모는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노노모 창립 멤버이자 9대 회장인 박성우(44·사진) 공인노무사는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회원들의 개인 역량을 조직적 역량으로 모으지 못했다”며 “노동인권을 실현하는 목적을 가진 단체로서 노노모의 전문성에 어울리는 연구사업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노무사는 “노노모가 노동자·노조의 권익 신장과 권익투쟁에 더 많이 연대하고 지원했으면 한다”며 “노무사는 노동법 취지에 맞게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자를 위해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6일 오후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진행됐다.

'노동자의 벗'과 함께 출범

- 노노모가 만들어진 지 15년 됐다. 모임 결성 계기가 있었나.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2000년 법률센터를 만들면서 노무사 2명을 채용했다. 이들과 학생운동·노동운동 경험을 가진 선배 노무사 그룹이 민주노총 활동을 지원했다. 2002년 수습노무사 교육과정인 ‘노동자의 벗’이 만들어졌는데, 선배 그룹과 노벗이 함께 민주노총에 종속되기보다는 독립적인 활동을 해 보자는 취지에서 2002년 7월10일 노노모를 만들었다.”

- 노노모 회원은 얼마나 되나.

“회원은 162명이다. 회원이 늘지 않아 고민이다. 노노모 안에 4개 분과가 있다. 행정해석연구분과·산업재해분과·질병판정위원회대응분과·일본노동법연구분과다. 산재분과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불승인 실태를 조사하고, 질판위대응분과에서는 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 사례를 연구한다. 과거 노동위원회제도연구분과에서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 노노모의 15년 활동을 소개해 달라.

“2003년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권리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법률가 선언 및 대회’에 참가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공공부문 비정규직 인권 실태조사에도 함께했다. 2004년에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공인노무사 73인 선언’을 조직해 발표했다. 이어 비정규직 관련법 개악 저지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총파업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활동했다. 2005년에는 <노동자의 눈으로 바라본 근로복지공단 행정의 실태와 문제점> <현장의 눈으로 바라본 노동위원회 행정의 실태와 문제점>을 발간했다. 전문성을 발휘해 민주노총의 노동위원회법 개정안 발의를 주도하고, 크고 작은 노동분쟁 사건에서 법률지원을 맡았다.”

- 15주년 행사에서 노노모 10대 뉴스를 선정한 게 눈에 띈다.

“노노모 15년 활동의 주요 뉴스를 정리했다. 첫 뉴스는 단연 2002년 노노모 설립이다. 두 번째가 2004년 민주노동당 지지선언이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회원들을 중심으로 비회원까지 포함한 민주노동당 지지 공인노무사 선언을 조직했다. 정치적 입장과 지향을 밝힌 공인노무사들의 최초 선언이다. 세 번째는 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의원과의 상시적 공동사업을 선정했다. 2004년 최초의 노동자 국회의원인 단병호 의원과 연계해 법·제도 개선 TF팀을 시작으로 법률보좌단을 꾸렸다. 2005년 노노모 최초의 대외 토론회인 ‘근로기준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주최했다. 네 번째는 인권위의 인권단체 협력사업으로 진행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사업이고, 다섯 번째는 2007년 뉴코아·이랜드를 비롯한 각종 투쟁사업장 현장조사와 법률지원 활동이다. 여섯 번째는 2009년 비정규직법 개악 저지활동으로 80일간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 및 단식을, 일곱 번째는 2010년 철도노조 파업 관련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사건 공동대리를 꼽았다. 그 외에도 복수노조 및 교섭창구 단일화제도 연구사업과 2011년부터 시작한 <매일노동뉴스> ‘노노모의 노동에세이’ 연재, 2002년부터 시작한 '노동자의 벗' 개최도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전문성 살린 연구사업 참여 필요”

- 노노모 회원이기 때문에 갖는 고민이 있을 것 같다.

“법적 절차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걸 왜 하느냐’는 목적과 ‘이걸 통해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하는 목표 설정이다. 이기고 지느냐의 문제만은 아니다. 부당노동행위로 사용자를 고소했다고 치자. 사용자가 기소될 가능성이 없어도 경각심을 주거나 부당노동행위를 중단시키는 효과가 있다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물론 노동자가 이긴다고 해도 실효성이 없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노조가 너무 법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우려된다. 법적 투쟁에 의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노조 힘이 약해졌다는 방증이다. 과연 이런 현상이 맞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

- 노노모 회장으로서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상근자 한 명 없는 상황에서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있다. 회원들 각자는 곳곳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이를 조직적 역량으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 회장이 되면서 두 가지를 공약했다. 노노모가 내외부 역량을 강화하려면 노동현장 주요 사안에 적극 관여해야 한다. 노노모 전문성에 어울리는 연구사업 참여도 필요하다. 근로감독 행정 관련 연구사업을 하고 싶다. 노동청과 노동위원회에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고 대응하는지, 그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실태조사를 하고 대안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 회원이 늘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다. 이유가 뭘까.

“노노모 회원 자격요건에 ‘사용자 사건을 수임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격요건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노모는 활동가 조직이 아니다. 노무사가 (경제활동) 시장의 반을 포기하는 것은 결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내부적으로 대중적인 활동과 조직 확대를 위해 가입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노노모의 역사성이나 특성을 고려할 때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노동법원 설립과 노동위원회 개선 병행해야”

- 최근 노동법원 설립이 화두로 떠올랐다. 노동위원회 역할 축소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노동법원은 당연히 설립돼야 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어떤 노동법원이냐가 중요하다. 노사 단체의 추천으로 선출된 참심원들, 즉 비전문 법관이 들어가는 참심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노동법원은 큰 의미가 없다. 또 노동사건의 특성상 증거자료가 사용자에게 편중돼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적절하게 대응하고 신속하고 저렴하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절차상 특례가 필요하다. 우리가 노동위원회를 비판하는 이유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개별 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위원회만큼 역할을 하는 곳이 없다. 노동법원이 노동위의 신속성과 경제성을 따라갈 수 있을까. 중장기적으로 노동법원을 추진하되 당장 시급한 노동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 노동위원회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까.

“노동위 개선의 핵심은 독립성·공정성·전문성이다. 노동위는 노동부에서 독립해야 한다. 전문성과 공정성 측면에서는 삼원주의 구성원리에 따라 노·사·공익위원이 모두 의결권을 가져야 한다. 현재 노·사위원은 조정위원회를 제외하면 의결권이 없다. 진정한 삼원주의를 복원해야 한다. 노동위는 행정기관의 독단적인 행정처분을 예방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행정위원회다. 노동위 위상에 걸맞게 위원장과 상임위원에 외부 전문가를 위촉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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