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대법원 2017.5.31 선고 2017다209129 판결

1. 사건 개요

㈜대교는 직급정년(일정 연수 동안 승급하지 못하면 직급정년에 해당. 적용유예 및 구제절차 존재.) 및 연령<각주1>에 따른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1차 임금피크제(순차로 20%·30%·40% 삭감)는 2009년 5월20일 최초 도입(총 3천331명, 찬성률 84.4%)됐고, 삭감률이 강화된 2차 임금피크제(순차로 30%·40%·50% 삭감)가 2010년 12월14일 시행(총 2천956명, 찬성률 91.4%)됐다. 원고들은 직급정년에 의한 1·2차 임금피크제가 ① 회의와 토론에 의한 집단적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이고 ②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이고 ③ 삭감률이 과도해 무효(근로기준법 95조 감급제재 제한 위반, 민법 103조 위반)라고 주장했다. (단 위 3가지 쟁점 중 ①번이 인용돼 ②·③번에 대한 판단은 없으므로 ②·③번은 논하지 않는다.) 1심 법원(서울중앙지법 2015.8.28 선고 2014가합557420 판결)은 대교의 임금피크제가 집단적 의사결정에 의한 동의가 실질적으로 보장됐다고 볼 수 없어 무효라고 판단했고, 2심 법원(서울고등법원 2017.1.13 선고 2015나2049413 판결)도 1심과 결론을 같이하면서 그 근거를 더욱 보강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과정에서 필요한 집단적 동의의 의미를 명확히 했다. 그리고 2심 판결은 5월31일 대법원 판결(2017다209129·심리불속행)로 확정됐다. 1·2심 판결 요지는 아래와 같다.

2. 판결 요지

가. 집단적 동의를 요하는 취지

법원은 사업장 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집단적으로 규율하는 도구로서 취업규칙이 갖는 기능 및 중요성과 함께 취업규칙의 작성·변경권은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현실적 측면을 고려할 때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기 위한 ‘근로자 과반수 동의’ 요건은 '가능한 한 근로자들이 사용자측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상호 의견교환이나 토론 등 집단적인 논의를 거쳐 취업규칙 변경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았는가'라는 관점에서 그 충족 여부를 평가함으로써, 집단적 근로조건의 대등 결정이라는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집단적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사용자측이 동의를 구하고자 마련한 의견수렴 절차에서 발견되는 일부 외형적 징표만을 바탕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정도와 그것이 개별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및 사용자측이 제도 변경을 추진하게 된 경위는 물론 해당 기업의 종래 영업방식과 노무관리 형태 등에 비춰 의견수렴이 이뤄지는 개별 국면에서 의사결정의 자율성 침해와 관련해 지적될 수 있는 현실적 문제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나. 근로조건의 저하 정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불이익이 크고, 근로자들을 설득할 만한 합리성·구체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따라 이뤄졌는지는 그만큼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 의견 취합 방식

1) 일반 원칙

2심 법원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해 적법한 동의가 있으려면 ① 불이익변경 내용에 대해 근로자들이 주지할 수 있도록 적당한 방법에 의한 공고 및 설명 절차가 존재해야 하고 ② 근로자들이 회의를 개최해 불이익변경 내용에 대해 찬반 의견을 교환해야 하며 ③ 불이익변경에 대한 집단적 의견이 찬성일 것이 요구된다”고 전제했다.

2) 설명·홍보의 정도

회사가 간략한 설명과 의견 취합 일정을 기재한 서면에다 변경되는 내용을 요약한 것을 사내 홈페이지 등에 게시한 것 외에 개정 필요성, 그 효과를 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설명했다는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3) 의견 취합 시간

1차 변경은 5일, 2차 변경은 3일간의 기간이 있었으나, 원고들의 업무(외근업무가 많음) 특성, 행랑에 의한 의견 취합, 위 기간 중 있었던 휴일기간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의견 취합이 이뤄질 시간이 부족했다고 봤다.

4) 의견 취합 단위와 방식

1심 법원은, 회사는 가장 말단 단위인 교육국 단위에서 동의를 받았는데, 다른 교육행사 등은 교육국 이상 단위에서 시행하면서도 유독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만 교육국 단위에서 한 것은 집단적 논의를 배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기명(記名) 방식으로 의견을 취합한 것도 집단적 의사결정과 자율성을 상당히 위축시켰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2심 법원은 “업무의 특성, 사업의 규모, 사업장의 산재(散在) 등의 사정으로 전체 근로자들이 회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단위 부서별로 회합하는 방식도 허용될 수 있겠으나, 근로기준법이 ‘회의 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집단 의사의 주체로서 근로자’의 의사를 형성하기 위함이므로, 사용자의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전체 근로자들의 회합이 어려워 단위 부서별로 회합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사용자는 부분적 회합을 통한 의견 취합을 하더라도 전체 근로자들의 회합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이 집단 의사를 확인·형성할 수 있도록 상당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면서 “이 사건에서 동의 대상 근로자들은 3천331명이었는데, 회사는 이를 794개의 팀별(교육국) 단위로 분리해 의견을 취합해 평균 4.2명 정도가 1개 단위가 돼 찬반 회의를 거친 셈인데 이는 3천331명의 약 0.12%에 불과하므로 근로자 전체의 집단적 의사 확인을 위한 의미 있는 최소 단위로 기능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판시했다.

라. 동의 절차 위반의 효과

적법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무효다. 따라서 삭감된 임금상당액을 임금 내지 손해배상으로 구할 수 있다고 봤다.

3. 판결의 의의

가. 실질적 관점에서 집단적 동의 절차를 파악함

근로기준법 94조1항 단서에서 정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시의 근로자 과반수 동의”는 대법원 77다355 판결 등을 1989년 입법화한 것이다. 대법원 77다355 판결은 “근로조건 대등 결정의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근로조건 대등 결정의 원칙”을 “집단적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보장됐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 의의가 있다. 그간 법원 판결례를 보면 인원이 많고 동의율이 높으면 그 효력을 부정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상당히 많은 인원과 높은 찬성률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관점에서 “동의”를 파악함으로써 무효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 근로기준법 94조1항 단서 입법취지에 충실한 판단이다.

나. 부서 단위 동의의 한계를 지적하고, 사용자는 집단적 동의 절차를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함

대법원 92다39778 판결 이후의 대법원 판결들은 “큰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있어서는 전 근로자가 일시에 한자리에 집합해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부기하지 않고 막바로 부서 단위 동의도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들을 빌미로 대교는 항상 최소 말단 단위인 교육국 단위에서 동의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부서 단위로 동의를 받는 경우 부서 단위가 작으면 작을수록 사용자의 개입이 용이해지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판결은 최소 말단부서 단위로 동의를 받은 점만으로 무효로 본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의 불순한 의도를 정확히 지적하고 무효 판단의 한 요소로 봄으로써 부서 단위 동의를 받는 것이 개별 동의를 취합하는 것과 유사한 정도에 이른다면 무효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2심 법원은 “사용자의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전체 근로자들의 회합이 어려워 단위 부서별로 회합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사용자는 부분적 회합을 통한 의견 취합을 하더라도 전체 근로자들의 회합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이 집단 의사를 확인·형성할 수 있도록 상당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는데, 이는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94조 단서의 집단적 동의 절차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명확히 한 의미가 있다.

각주

1. 직급정년제가 먼저 적용되기 때문에 연령에 의한 임금피크제만 적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이 사건 원고들 중 연령에 따른 임금피크제만 적용됐던 1인은 도중에 회사 압력으로 소송을 취하했다. 이하에서는 연령 임금피크제를 제외하고 직급정년에 의한 임금피크제만을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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