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윤덕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지난주 금요일 지방에 재판이 있어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서울역에서 집회를 마치고 막 행진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봤다. ‘사회적 총파업 대회’ 사전행사였다. 무더운 날씨에도 '교육공무직노조'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뜨거운 아스팔트로 나서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으로 응원을 보냈다. ‘나도 당신 주장에 동의합니다.’

거창한 제목이 어색하게도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에 대해 이런저런 부정적인 여론이 분분하다. 한편에서는 아직 노동부 장관도 임명하지 못했는데 너무 이르다, 새 정부에 뭐라도 맡겨 놓았냐는 식의 비아냥, 촛불 승리를 왜곡하지 말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한편에서는 적폐청산을 외쳤던 시민들 사이를 갈라치기하면서 정부 비판 소재로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는 노동계가 줄기차게 요구한 것이고, 새 정부 공약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부정적 여론의 주된 이유는 “왜 지금인가”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파업’을 하기 적당한 때는 언제인가? 그동안 수많은 절박한 외침들이 있었다. 어느 날은 노동자가 타워크레인에 올라가고, 어느 날은 몇 백일째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해 왔다. 그 이면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목소리들이 이번에 비정규직이 주축이 된 사회적 총파업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말인데, “왜 지금이냐”고 하는 것은 너무 야박한 태도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문재인 정부와 대립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부가 이러한 요구들을 개혁의 동력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지난 총선 이후 20대 국회에서 각종 개혁법안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기대했으나 지금까지 성과가 없었다. 대통령 탄핵과 선거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을 겪었던 사정이야 모르지 않지만 정부·여당이 알아서 해결해 주겠지, 어떻게 하나 보자 손 놓고 지켜볼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민주노총 주최 행사라는 이유로 어떤 정파적인 셈법(?)으로 이번 행사를 백안시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총파업에 참가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마음을 한 사람 한 사람 떠올려 봤으면 좋겠다. 그 생활의 무게가 어떠한지, 직장인들에게 ‘피 같은’ 휴가를 내고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서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초·중·고교 급식실 노동자, 병원 청소·경비 노동자라고 하는 사람들. 어느 신문에서는 ‘비정규직 워킹맘’이라고 한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거기에 왔을까.

이번에 화제가 됐던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공문을 떠올려 본다. 비정규직 선생님들, 직원들의 행사 참가로 당일 급식과 방과후학교 등이 운영되지 않는다는 알림이었다. "모두가 잠시 불편해질 수도 있지만 함께 사는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고 그것이 결국 우리를 위한 일임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말 속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본다. 이들의 절박한 요구를 동력으로 삼아 노동개혁에 매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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