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만원 필요할 때 노조 불러 줘. 언제든지 달려갈게.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언제든지 달려갈게. 지금 임금으로 살아 보려고 한참을 생각해 보았지만 우리의 요구 최저임금은 무조건 일만원이야. 짜짜라 짜라짜라 짠짜짜.”

청소노동자들이 가수 박상철씨의 '무조건'을 개사해 불렀다. 흥겨운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흔들했다. 무대 아래 동료들은 환호를 지르며 목청껏 따라 불렀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민간위탁 폐기하고 직접고용 전환, 대정부 교섭”이라는 시급하고도 무거운 과제를 흥겹게 풀어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선물세트”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로 구성된 민주일반연맹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총력결의대회를 했다.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 2천여명이 청계광장을 가득 채웠다. 마이크를 따라 열악한 노동조건과 고용불안에 담긴 퍽퍽한 현실이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 나왔다. 노동자들은 정부에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했다.

이양진 연맹 공동위원장은 “어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이 바로 우리”라며 “공공부문은 온갖 차별과 열악한 노동조건·고용불안·최저임금이 난무한 비정규직 종합선물세트”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민간위탁으로 예산 낭비하지 말고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정부는 상시·지속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현장과 사람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 철폐 정책을 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은 기간제·단기계약직·무기계약직·공무직·시간선택제 공무원·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국도비 매칭사업 노동자·외주노동자·민간위탁 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와 이름으로 존재한다. 김성환 민주연합노조 위원장은 “대통령만 바뀌었지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며 “비정규 노동자들은 온갖 차별과 불안·박탈감·모욕·회유·협박이란 적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임금과 고용, 처우를 제도와 지침을 통해 사실상 결정하는 정부가 진짜 사용자”라며 “정부와 노동조합이 교섭을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의 얼개를 짜고, 각 사업장 단위에서 세부적인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

최저임금이 곧 실질임금인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은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도을순 서울일반노조 학교급식지부장은 “10년을 일해도, 20년을 일해도 기본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노후도 준비할 수 있고, 대출도 갚을 수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9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측은 올해 수준 대비 2.4%(155원) 오른 6천625원을 내년 최저임금으로 제시했다.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서산톨게이트지회장은 “노동자들과 장난하느냐”며 “10년 일한 노동자와 갓 입사한 노동자의 급여가 같은 비정규직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1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은 청계광장에서 광화문1번가까지 행진한 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노조탄압 피해자 사면복권 △엉터리용역 보고 담당 공무원 징계 △직접고용 원직복직 △인원충원·직고용 등 각 단위별 요구서한을 국민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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