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민주노총 사회적 총파업 대회 참가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외침은 무더운 날씨보다 뜨거웠다. 민주노총이 사상 처음으로 비정규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는 사회적 총파업을 성사시켰다.

민주노총 비정규직 30% 이상 파업 동참
정규직 노조도 가세


2일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과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진행된 6·30 사회적 총파업에 6만여명이 참여했다. 초·중·고 급식실 노동자와 대학·병원 청소·경비 노동자를 비롯해 민주노총 비정규 조합원 18만여명 중 30% 이상이 동참했다. 상급단체가 없는 여성노조와 공무원노조·전교조 정규직들도 힘을 보탰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철폐, 노조활동 보장을 정부와 사용자에게 촉구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최저임금 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들이 주인공이 돼 역사적인 사회적 총파업을 성사시켰다"며 "새 정부를 믿고 기다려 보지 않고 왜 파업을 하느냐고 묻지만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다시 오지 않을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행동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광화문광장 일대를 가득 메운 노동자 다수는 여성노동자들이었다. 비정규직이거나, 저임금을 받거나, 그래서 최저임금 당사자인 노동자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정년을 6개월여 남긴 학교비정규 노동자 표명순씨는 결의대회 무대에 올라 "학교에서 일할 우리 후배들,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남겨 주고 당당한 노동자이자 엄마가 되기 위해 파업에 동참했다"며 "노조로 뭉쳐 투쟁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전히 비정규직이었을 것이고, 앞으로 싸우지 않는다면 정규직과의 차별도 여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아냐
가만히 있으면 권리 쟁취 못해"


공공부문의 대표적인 기간제 비정규직인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학교비정규직노조·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여성노조로 뭉쳐 수년간 요구한 끝에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을 쟁취했다. 그런데 이들은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의 연속"이라고 잘라 말했다.

안명자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장은 "학교에서 7년 일한 끝에 무기계약직이 됐지만 학교장이 바뀌는 그해 해고를 당했다"며 "무기계약직이라는 신분은 보호막이 되지 않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다름 아닌 노조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만히 있으면 우리의 권리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비정규 노동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우리 힘으로 쟁취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이날 사회적 총파업은 민주노총 내부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공장 정규직인 박아무개씨는 연차를 쓰고 대회장를 찾았다. 그는 "정규직노조는 간부 중심 파업만 하고 조합원들에게 사회적 총파업의 의미나 취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사회적 총파업을 계기로 민주노총 활동방향을 비정규직으로 옮겨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화 핵심과제로 삼고, 이후 정규직들도 자기혁신과 연대정신을 복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예상했던 규모보다 많은 비정규 조합원들이 참석해 그야말로 비정규직이 주도하는 멋진 사회적 총파업이 꾸려졌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민주노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모두 대표하는 총연맹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대회를 마치고 요구사항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세종로사거리를 거쳐 청계3가까지 행진했다. 행진 후 약식집회에 참석한 김영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이어받아 8일 전국 주요 시·도에서 노동자·농민·빈민이 함께 모이는 민중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