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우리 아이들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무대에 선 한 학교비정규 노동자의 목소리가 서울시교육청 앞 도로에 울렸다. 1천500여명이 응원용 막대풍선을 두드리거나 손뼉을 쳐 화답했다.

29일 오전 9시께 서울시교육청 앞. 급식조리원·스포츠강사·전문상담사 등 서울지역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은 학교비정규직 총파업 첫날이다. 노조별로 분홍색·연분홍색·연두색·빨간색 조끼를 입고 모자를 쓰고 도로에 앉아 발언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늘은 없었다. 저마다 선글라스와 토시·얼음물·부채로 더위를 피했다. 노동자들은 이날 지역별로 시·도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30일에는 각 지역 노동자들도 서울에 모여 파업을 한다.

“진짜 사장 조희연 교육감 나와라”

발언대에 오른 이들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자주 호명했다. 한 노동자는 “지난해에 이어 오늘도 교육감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의 진짜 사장 조희연 교육감 나와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노동자의 말이 끝나자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를 외치며 막대풍선을 두드렸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교육청은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겠지’ 하면서 교섭할 때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조희연 교육감은 특별시 교육감답게 선도해서 (교섭에) 내용을 가지고 나와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학교에서 일한다는 또 다른 노동자는 “2014년 선거 때 조 교육감은 학교 안 차별을 없애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도 학교에는 공공연하게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무원의 유급병가가 연간 60일인데 서울시교육청 공무직원은 14일에 그친다”며 “수술을 해야 할 때 14일로 가능할지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고 호소했다.

발언대에서는 장기근속수당 5만원 인상, 출퇴근시간 차별 해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노동자들은 트로트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했다. “동지가 지금 울고 있다면 무조건 투쟁할 거야. 짠짠짠” 음악소리가 흐르자 노동자들은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였다.

“파업한다니 ‘모자 빌려줄까’ 하며 응원하더라”

“주위 동료들이 응원해 줬다. 잘 다녀오라는 이야기도 했다.” 학교의 응원을 받고 집회에 나왔다는 이들도 있었다. 학교 행정지원사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교장선생님은 ‘모자 빌려줄까’ 하고 농담도 하시더라”고 전했다. 김씨는 "담당하고 있는 학적업무의 일부를 미리 해 놓고, 일부는 정규직 교사들에게 부탁했다"며 웃었다.

초등학교에서 사서로 일하는 정아무개씨도 처음으로 참가하는 파업을 앞두고 교장선생님과 동료들이 불편해 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응원을 받고 나왔다고 했다. 정씨는 “사실은 마음이 조금 불편해서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아이들이 반납한 책을 다 처리하고 나왔다”고 귀띔했다.

조리사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지난해에도 파업을 해서인지 학교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며 “학교 아이들은 각자 도시락을 싸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이날 정오께 집회를 마치고 해산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기지역에서 7천여명, 경남지역에서 2천여명, 인천지역에 500여명 등 2만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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