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직률이 수년째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노조의 보호를 받는 비정규직은 그보다 훨씬 적은 1%대다. 비정규직 100명 중 1명이 노조에 가입한 현실에서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만으로 개선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금속노조는 올해 3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쟁취를 대정부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비정규직을 노조로 품는 조직사업과 함께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 개정으로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을 변화시키자고 뜻을 모았다. 금속노조에서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하는 활동가들이 비정규 노동자 권리보장 입법을 요구하는 기고를 <매일노동뉴스>에 보내왔다. 4회에 걸쳐 싣는다.

① 최저임금 지금 당장 1만원
② 연차휴가를 제대로 보장하라
③ 공휴일을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④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


근로기준법에는 연차휴가를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 1년을 기준으로 80% 이상 출근하면 15일의 연차휴가일수가 발생한다. 2년마다 1일의 휴가를 추가로 부여해 25일을 최고한도로 한다.

법으로 연차휴가 최저선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그런데 이 같은 연차휴가제는 주 40시간제가 도입되면서 후퇴한 내용이다. 옛 근로기준법은 12일의 월차휴가와 1년간 개근하면 10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하도록 돼 있었다. 연차휴가는 1년마다 추가로 발생했다.

휴가는 재충전의 의미뿐만 아니라 건강권에도 직결되는 것인데 주 40시간제 도입으로 쉴 권리를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노조에는 연차휴가를 상담하러 오는 노동자가 적지 않다. 현행 제도는 회사 귀책사유로 휴업을 하면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게 돼 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휴업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하는 경우가 허다한데도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공휴일이 노동자가 쉬는 유급휴일이 아니다보니, 그날에 쉬는 것을 연차휴가에서 깎는 사건도 비일비재하다.

☞ 유급휴일 : 주휴일 및 취업규칙에서 정한 날. 단 회사의 사정상 휴일에 근무를 명할 수 있으며 사용하지 못한 휴일은 평일에 대체해 부여하는 데 동의한다.

☞ 연차유급휴가 : 연차유급휴가는 하기휴가 및 국가공휴일과 대체해 사용토록 하고, 매월 또는 적치해 사용토록 한다.

상담을 요청한 어떤 노동자가 내놓은 근로계약서 중 ‘휴일 및 휴가’ 부분에 적힌 내용이다. 국가공휴일이나 여름휴가를 연차휴가로 대체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조가 없거나 활동이 미미한 사업장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연차휴가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 휴가를 본인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냐고 되묻는 상담이 줄지 않고 있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주 40시간제 시행 이전에는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국가공휴일은 대부분 사업장이 쉬는 날이었다. 그런데 제도 시행 이후 노동시간이 줄었다는 이유를 들며 사용자들이 국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개선되지 않고 정착화한 사례가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매년 국가공휴일은 15~17일 지정되는데, 이날을 연차휴가로 대체하는 사업장의 노동자는 자신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휴가가 사실상 없게 된다.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공휴일·여름휴가를 연차휴가로 대체할 수 없도록 강행규정을 두는 방안이 필요하다.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제도화하는 것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연차휴가를 보장하고, 월차휴가를 부활하고,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만들 경우 주 40시간 노동시간단축 이상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정인원을 유지하기 위해 채용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노동자 쉴 권리도 강화될 것이다. 노동자는,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제대로 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건강권을 지키는 일이다. 이는 곧 생산성 향상과 연계된다.

노조가 없거나 소규모 영세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쉴 권리가 박탈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연차휴가 보장과 국가공휴일 유급휴일 지정, 월차휴가 부활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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