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해 본 사람이 제일 잘 안다! 땀 흘리는 현장이 직접 밝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해법’ 토론회가 열렸다. <이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정부·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부 공식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유령”이라고 부르며 “통계에 잡히지 않으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한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누락되고 축소된 비정규직 실태”=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해 본 사람이 제일 잘 안다! 땀 흘리는 현장이 직접 밝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해법’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로 구성된 민주일반연맹과 강병원·박주민·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발제에 나선 이선인 연맹 공동위원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의 전제조건으로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부 통계에서 누락돼 있다”며 “허위·축소·은폐된 실태조사로는 대안을 만들 수 없고, 또 다른 비정규직만 확산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환경부가 발표한 용역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용역노동자는 1만5천846명이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지자체 용역·파견 노동자는 1만586명이다. 지자체 전체 용역·파견 노동자수가 지자체 용역업무 중 하나인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용역노동자수보다 적게 집계된 것이다.

이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기에 지자체들이 무기계약직 전환 실적을 쌓기 위해 2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 전환제외 대상으로 축소해 보고했다”며 “2015년 노동부 보고에서 나주시는 기간제 노동자가 36명밖에 없다고 했지만 지난해 201명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엉터리 실태조사로는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 없다”며 “기간제·간접고용·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무기계약직 등 고용형태별 실태조사를 통해 각각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에 교섭 참여도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의 임금·고용·노동조건과 처우를 결정하는 원청 사용자단체”라며 “직접적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해법은 직접고용”=정부는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함께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다양한 고용형태가 존재하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정규직 전환정책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정규직 전환대책으로 접근하면 일부는 정규직, 일부는 자회사, 일부는 무기계약직, 일부는 파견과 용역 등 고용구조가 복잡해지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양한 고용구조와 채용구조를 재검토하고, 위계화된 구조를 없애 나가는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이어 “자회사 정규직은 고용안정이라는 산을 넘은 것처럼 보여도 더 큰 산인 원청 책임 문제에 가로막힌다”며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경우 정부나 기관과의 직접교섭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동조건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직접고용과 자회사 방식이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의 문제를 얼마만큼 해결할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며 “상시·지속업무라면 그 업무의 귀속자인 사용자가 직접 고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인 사용자 지위에 있는 행정자치부 장관과의 교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행자부 관계자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정책에 따라 관계기관회의를 하고 있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지자체 추가 재정소요 국가 지원 등 여러 건의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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