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2일 역사적인 민중총궐기 이후 올해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파면’ 결정까지 6개월 동안 전국에서 1천700만명의 시민들이 매주 촛불을 들었다. 역사상 유례가 없을 대한민국의 촛불행진은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축제의 장이었고 필자 역시 매주 지역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그러나 매번 참으로 안타까운 광경을 목도할 수밖에 없었다. 촛불집회를 취재하러 온 지역 공영방송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와 분노의 목소리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정권의 공영방송장악 실태는 어떠한가. 권력이 낙점한 사장을 거부하고 방송 독립성을 지키려던 구성원들은 해고와 징계를 당했다. 제자리에서 쫓겨나 직종과 무관한 곳으로 배치돼 현재까지 고통을 겪고 있다. 박정희 독재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부의 언론장악이 있었기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가능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권력은 끊임없이 언론장악을 시도했다.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에 대한 국민 신뢰는 상실됐고 언론 자유는 침해됐다.

촛불항쟁과 함께 정권에 부역했던 언론적폐를 바로잡기 위한 행동이 시작됐다. 전국언론노조가 세 차례에 걸쳐 발표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언론부역자 명단은 101명이나 된다. 부역자 명단에 김장겸 MBC 사장, 이진숙 대전MBC 사장도 포함돼 있다.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언론 스스로 언론적폐 청산과 공공성 회복에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올해 1월 서울 MBC 3년차 막내기자 3명이 박근혜·최순실 보도참사를 고백하며 반성문 동영상을 올렸다.

MBC 막내기자들이 반성문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후 사측이 경위서를 요구하자, 전국MBC기자회 동료 79명이 막내기자들을 지지하는 경위서 동영상을 제작해 공개했다. 이들은 “저희의 자존심이자 존재이유인 뉴스데스크가 철저히 망가지는 모습 앞에 좀 더 몸을 던져 싸우지 못했고, 결국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먼저 살피지 못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노조 조합원들이다.

지역 MBC들은 ‘막내기자들을 위한 경위서’에 참여한 기자들에게 경위서를 요구했다. 공영방송 보도에 자성의 목소리를 낸 기자들을 전국 최초로 징계한 이가 이진숙 대전MBC 사장이다.

대전에서 처음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해 11월1일 다른 지역방송에는 촛불집회 보도가 나왔으나, 대전MBC에는 관련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촛불집회를 외면하고 축소하는 데 급급했고 공익성을 훼손했던 이진숙 대전MBC 사장과 보도국장 등이 언론부역자 명단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대전MBC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조의 활동에 이진숙 사장은 징계로 맞서고 있다. ‘MBC 막내기자를 위한 경위서’에 참여해 전국 최초로 징계를 받은 조합원은 4월 말 업무지시불이행 등의 사유로 징계를 받고 다른 지역으로 전보됐다. 또 다른 조합원은 업무수행 중 발생한 갈등을 이유로 감봉 3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누가 봐도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표적 징계다. "공영방송 대전MBC를 되찾겠다"는 노조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대착오적 태도임이 분명하다.

공정방송을 실현하기 위한 대전MBC 내부의 제도적 장치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고, 제작 자율성 침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바로 세우려는 노조의 활동은 정당하다. 언론개혁은 우리 사회의 적폐청산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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