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마이스터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폐기하자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취업지원을 포기하자는 뜻이 아니다. 학생으로도, 노동자로도 보호받지 못한 채 취업 현장에 내몰린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전공과 무관한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되지 않고, 졸업 후 적정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말이다.”

이종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가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과 교육과정 정상화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대안적 형태의 현장실습을 마련해야 한다”며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폐지를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전교조와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학생들, 교육기회 빼앗겨”=올해 1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홍아무개(19)양이 업무스트레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 조기취업으로 인식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전공과 무관한 실습체로 파견되며 교육과정의 일환이라는 취지가 퇴색했기 때문이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은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에 근거해 이뤄진다. 이종희 변호사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에 따라 특성화고·마이스터고는 직업교육훈련기관이 되고, 재학생들은 직업교육훈련생이 된다”고 설명했다.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에 의하면 직업교육훈련생은 의무적으로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받아야 한다.

이 변호사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은 교육법이 아닌 직업관련법에 직접적인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며 “교육적 관점을 견지하지 못한 채 한 학기가 통째로 현장실습으로 이뤄짐에 따라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이 교육받을 기회조차 빼앗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라는 명목하에 이뤄지는 조기취업과 교육을 분리하고, 현장실습을 교육과정 일환으로 운영하려면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에서 ‘산업체 현장실습 의무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며 “나아가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을 폐지하고 교육법령 안에서 현장실습의 세부적인 운영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통해 단순히 취업시기를 일괄적으로 앞당기는 것만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다”며 “취업을 위한 지원은 교육 안에서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임금 노동력 확보수단 전락”=실업계 학교 재학생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은 1973년부터 의무화됐다. 중등 교육과정의 하나로 시행된 현장실습인데, 실제로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교육계도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 교육적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저임금 노동력 확보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김경엽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 사무국장은 “법령 제정을 통해 학생들이 교육실습생으로서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가져야 한다”며 “학생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제도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신 경기기계공업고 교사는 “현장실습은 교육의 일환이 아니다”며 “이름만 현장실습이지 실제로는 (학생들이) 생산 현장에 투입돼 급여를 받고 노동을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사는 “파견형 현장실습은 교육적 관점으로 보면 개선될 여지가 없다”며 “현장실습이 꼭 필요하다면 교육과정 내에서 전공교과 과목을 개설해 운영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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